사진첩을 넘긴다.
백일의 너, 이백일의 너, 삼백일의 너.
통통한 볼, 솜털 같은 머리카락,
세상 모든 것을 담을 듯 맑았던 두 눈.
사진 속 너는 분명히 웃고 있는데,
그때 너의 웃음소리가 기억나지 않는다.
치열했던 육아의 현장,
두 시간마다 알람처럼 울리던 너의 울음과
졸린 눈 비비며 타주던 분유의 온도,
밤새 수십 번도 더 갈아주던 기저귀의 감촉.
그 모든 순간이 내 손길을 거쳐갔는데
머릿속은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기억이 나질 않는다.
너무나 힘들어
오히려 지워져 버린 걸까.
온몸의 세포로 너를 기억하느라
머리가 쉴 틈을 주었던 걸까.
사진을 보고서야
아, 이때 네가 이랬구나.
아, 내가 너를 이렇게 안고 있었구나.
기억은 희미해졌지만
분명한 것은 단 하나,
그 모든 순간에
나는 너의 곁에 있었다는 것.
내 몸에 새겨진 그 시간들이
너를 이만큼이나 키워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