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가을_07
가을이 깊어가면서 해 뜨는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자연스레 일어나는 시간이 점점 어두워진다. 오늘은 비가 와서 아침이 더 어두웠다. 이렇게 어두운 아침에 일어나니 몇 년 전 광풍으로 불어닥친 '미라클 모닝'이 떠올랐다. 새벽 4시 반인가 5시인가에 일어나서 나만의 시간에 자기 계발을 하자는 붐이었다.
나는 새벽형 인간이 아니라서 이 미라클 모닝이 많이 부담스러웠다. '꼭 새벽에 일어나야만 하나' 하는 의문이 많이 들었다. 그 시간이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지 않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맞다. 그리고 그 당시의 화두는 '지금 자기 계발을 해두어야 미래에 그 결과를 따먹을 수가 있다'였다.
그 당시에 뭔가를 많이 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 했었던 것을 하고 있지 않다. 돈을 벌어야 한다며 모든 것을 돈과 관련 지을 때였다. 블로그에 광고 붙이기, 스토어로 매출 올리기, 이모티콘으로 용돈 벌기 등 아침잠을 깨워가며 수많은 돈 벌기 시도를 했었다.
지금은 더 이상 미라클 모닝을 하지 않는다. 차라리 푹 자고 내 생산성이 가장 좋은 시간에 집중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가장 좋다. 돈을 벌려는 목적에 집착하다 보면 금세 실망하게 된다. 돈 버는 게 그렇게 쉬웠으면 누구나 다 부자가 되었어야 한다. 재능이 있는 사람과 기회를 잡은 사람은 금세 돈을 벌 수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고 힘겨워하다가 접는다.
'머니 트레드 2026'책에서 내년 트렌드 중 하나로 경험소비를 소개했다. 물건을 사는 것보다 경험을 사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는 트렌드가 있다며 그중에 하나로 미라클 모닝이 아니라 슬로우 모닝을 꼽았다. 후일을 위해 지금 투자하는 '미라클 모닝'보다 지금 나의 경험을 위해 투자하는 '슬로우 모닝'이 대세라고 한다.
나를 돌아보고, 남이 하는 걸 따라 하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 것이 '슬로우 모닝'이다. 그렇다. 자기계발하겠다고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도 팽개치고 책 읽고 강의 듣고 돈 버는 파이프 라인 만들겠다며 책상 앞에서 시간 다 보내는 것보다, 가을 단풍보고 사진 찍고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고 책 읽고 하는 나의 아침이 더 좋다.
당신은 미라클 모닝 족인가? 아님 슬로우 모닝족인가? 다 장단점이 있고 자기에게 맞는 것을 하면 된다. 오늘따라 흐릿한 하늘아래 수채화 같은 창밖의 단풍이 가을에 젖어들게 한다.
#미라클모닝 #슬로우모닝 #가을단풍 #내가좋아하는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