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에는 물이 많다. '반도지형이라 삼면이 바다니 당연하지!'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바다 말고도 물이 풍부하다. Black Water River같이 강도 있다. 플로리다 최대의 호수이며 미시간호 다음으로 크다는 Lake Okeechobeee도 있다. 남부에만 있는 Bayou라는 지형도 있다. 넓고 평평한 지형이 물이 들어찬 늪 같은 강이다. 보통 이런 곳에 유속이 느려 갈대같이 생긴 수중 식물이 많고 그 틈에 악어들이 산다.
그리고 또 Springs가 있다. 스프링스는 말하자면 지하수다. 지하에서 땅 위로 솟아 나오는 물을 스프링스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온천은 뜨거운 물이 지하에서 솟아 나오는 거라 Hot Springs다. 플로리다에는 이런 스프링스도 많다. 텍사스나 애리조나, 네바다같이 물부족 지역은 마당에 물을 주는 것도 제한이 있다. 여기 플로리다는 정말 물이 풍족한 곳이다 보니 내 마음도 같이 풍족해진다.
바닷가에서 먼 내륙에 있는 플로리다 주민들은 주변 곳곳에 있는 스프링스에서 물놀이를 즐긴다. 이번에는 그 스프링스들 중 Edward Ball Wakulla Springs State Park를 소개하겠다. 이 주립공원은 플로리다의 주도인 탤러하시 근처에 있다. 흔히들 마미애미가 주도인 줄 아는데 탤러하시가 주지사가 있는 도시다. 탤러하시는 플로리다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인 세인트 오거스틴과 가장 서쪽에 있는 도시인 펜사콜라를 직선으로 연결했을 때 가운데쯤 위치하고 있다.
비치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스프링스는 어떤가 하고 궁금해하던 차에 탤러하시에 사는 지인이 이 주립공원이 너무 좋다고 해서 Wakulla Springs State Park에 왔다. Wakulla Springs는 세계에서 가장 넓고 깊은 Springs다. Manatee와 Alligator가 있다고 한다. 둘 다 보지는 못했다. Manatee는 물개보다 좀 더 큰 바다코끼리다. 템파의 동물원에서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앨리게이터가 우리가 말하는 악어다.
이렇게 악어조심 사인을 붙여놓고 수영을 하는 걸 보면 사람이 악어를 피하는 만큼 악어도 사람을 피하는가 보다. 그리고 악어는 이렇게 맑은 물에는 없다. 수풀이 많아 몸을 숨길 수 있고 물고기가 많은 흙탕물같이 물이 탁한 곳에 주로 있다. 그러니 악어 조심 푯말을 붙여 놓고 있지만 사람이 많은 맑은 물 지역에는 악어가 없는 것 같다.
Wakulla Springs Diving Platform
비치와의 다른 점은 일단 짠물이 아니라서 굳이 물놀이 후 간단하게라도 씻지 않고도 물만 마르면 돌아가기 쉽다. 그리고 스프링스 주변에 모래밭이 없다. 나무숲 그늘아래로 자리를 펼치고 있었다. 파도가 없어서인지 다이빙이 재미포인트다. 다이빙대가 있고 많은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줄을 서서 다이빙을 하고 있었다. 한번 다이빙대에 올라가 보니 아래에서 볼 때와 달리 꽤 높고 깊다. 무서워서 그냥 돌아서 내려와 버렸다.
Wakulla Springs River Boat
이 주립공원의 가장 큰 인기시설은 Glass Bottomed Boat다. 바닥에 유리를 깔아 수중 생물을 보면서 스프링스를 한 바퀴 도는 보트다. 인기가 많아서 금세 티켓이 매진된다. 우리도 티켓이 없어서 직접 타보지는 못했지만 한 시간에 한대꼴로 운행하는 보트를 계속 보았다. Glass Bottomed Boat가 운행될 만큼 물이 깨끗하고 맑다.
Wakulla Springs Lodge
보트가 다니는 호수에 튜브 타고 노는 아이들과 다이빙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나무그늘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까지 다양하게 자기의 방식대로 스프링스를 즐기고 있었다. 이 Wakulla Springs에는 Lodge가 있다. 보통 주립공원 숙박시설에 캠프그라운드와 케빈 그리고 랏지가 있다. 랏지(Lodge)는 식당도 운영하는 경우라 더 규모가 크다. 이 주립공원은 오래전부터 랏지를 운영해 오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랏지를 예약해 보는 건데... 이번 캠핑에서는 Glass Bottomed Boat도 못 타보고 Lodge에도 숙박을 못해 봐서 여러모로 좀 아쉬웠다. '그래야 또다시 와보지' 하면서 스스로를 달래고 랏지 건물로 들어가 보았다. 역사와 전통을 보여주는 듯한 스타일이다. 식당건물과 기념품판매점이 있다. 이 랏지는 1930년대 스페니쉬 스타일로 내부의 가구도 천장도 그 당시의 스타일이다. 랏지 앞의 정원을 통과해서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1930년대의 플로리다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비치 말고 스프링에서의 캠핑! 같은 물놀이지만 또 다른 느낌의 즐거운 경험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다이빙보다는 파도타기가 더 재미있다. 역시 우리 가족은 바다를 좋아하는 걸로! 그러나 이렇게 깨끗하고 넓고 깊은 스프링스는 보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강이나 계곡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추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