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워낙 '물'이다 보니 '바다'는 물론이고 지지난화에서 소개한 '스프링스'와 앞으로 소개할 '강'을 따라 주립공원 캠핑장이 조성되어 있다. 이런 '물'과는 거리가 좀 있는 '동굴'옆 캠핑장이 있어 궁금함에 가보았다.
이곳은 주차장에 무슨 동상이 서 있다. 이렇게 주차장에 동상이 서 있는 곳은 처음이다. 쓱 지나쳐서 올라가다 보니 기념품샵 건물이 2층이다. 1층은 기념품샵이고 2층은 동굴박물관이다. 기념품샵에서 동굴투어를 예약할 수 있다. 30분마다 한 번씩 있고 선착순으로 티켓을 판다.
한 팀에 15-20명 정도 하는 것 같다. 우리가 갔을 때는 11시 좀 넘어서 있는데 11시 반팀은 이미 다 차서 12시 팀으로 투어 하는 티켓을 구매했다. 티켓 가격은 1인당 약 20불 정도였던 것 같다. 지난여름에 다녀왔는데도 기억이 가물...
시간이 좀 남아 2층의 동굴박물관에 가보았다. 이 Florida Cavern의 역사와 생태에 대해 모형을 통해 설명해 주고 있다. 입구에 '환영합니다'라는 한글 인사를 발견하고 기분이 좋았다. 이 공원의 history를 보다 보니 미국 역사가 보인다. 지금까지의 캠핑장과는 또 다른 접근이다. 지금까지의 캠핑장은 바닷가나 물가에 위치해 있어 예전부터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던 곳이거나, 재개발로 새롭게 개발되면서 만들어진 곳이었다.
이곳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으로 탄생된 곳이다. 뉴딜 정책은 미국을 대공황에서 구해내기 위해 1933년부터 1938년까지 루즈벨트 대통령이 주도한 경제 프로그램이자 공공사업계획이면서 금융과 규제 정책이다. 이 Florida Cavern State Park는 공공사업으로 처음에 개발이 시작되었다.
뉴딜 정책의 이 공공사업이 CCC(Civilian Conservation Corps)다. 이 CCC사업을 통해 미국의 전 국토를 개간하게 된다. 도로도 만들고 댐도 만들면서 대규모 토지개발 사업이 일어나게 된다. 이때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국가에서 일당을 주면서 광산개발을 하려고 조성하기 시작한 것이 이 Florida Cavern이다. 동굴을 팠는데 크게 이윤이 날만한 지하자원이 없었는지 그 후로 공원으로 조성하여 지금의 주립공원이 되었다.
그래서 주차장에 그 당시 광부의 모습을 한 CCC worker의 동상이 서 있다. 히스토리를 읽어보면 이런 토지개발을 위해 사람들이 집을 떠나 기숙사 같은 숙소에 단체로 머물면서 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월급을 우편으로 가족에게 보내서 가족들이 생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갑자기 중동 건설현장에 파견되어 몇 년씩 숙박하면서 가족에게 송금하던 근로자들이 생각났다.
이런 역사를 뒤로 하고 우리 차례가 되어 동굴 투어에 나섰다. 동굴 투어 가이드는 근처 학교의 고등학생이었다. 지역과 상생하려는 노력의 일환인듯하다. 동굴답게 지하로 내려가는 곳에 동굴입구가 있다.
동굴 자체는 평이했다. 제주도 만장굴의 조금 짧은 버전 같다. 삼척 환선굴이나 광명동굴 또는 텍사스의 칼스베드동굴을 갔을 때 지하로 말도 못 하게 깊이 내려갔었던 것에 비하면 깊지 않다. 버지니아 루레이 동굴에 갔을 때는 지하공간이 엄청 넓어서 피아노 연주홀이 있을 정도였는데 그 정도로 넓지도 않다. 이렇게 쓰고 보니 그동안 동굴을 꽤 많이 다녔다.
적당히 내려가고 적당히 넓어서 산책 삼아 다녀오기 적당하다. 내부에 온도계가 붙어있는데 18-19도 정도로 쾌적하다. 내부는 우리가 동굴 하면 익히 알고 있는 종유석과 석순이 있고 조명을 켜놓았다.
미국의 동굴은 우리나라 동굴에 비해 뭔가 치장을 많이 해 놓지 않는다. '자연을 그대로 보아라' 하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투어 중에 동굴 천장의 구멍에서 고개를 내민 박쥐를 보았다. 동굴에 박쥐가 살고 있다고는 듣지만 박쥐를 보는 건 처음이다. 고개를 빼꼼 내밀고 투어팀을 보는 모습이 좀 귀여웠다.
투어가 끝나고 나오면서 보니 다른 팀들이 대기 중이다. 어린이들과 학생들이 있는 집들이 많다. 역시 어디나 아이들 데리고 체험교육 다니는 가족들이 많다. 플로리다 동굴 캠핑장을 다녀와 보니 주립공원 캠핑장이 있는 곳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주로 산에 주립공원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양한 주립공원을 다녀보는 것만으로도 식견이 넓어지는 것 같다. 역시 다닐수록 내가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