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사콜라는 몹시 낯선 지명이었다. 미군이나 미군가족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지명인 듯 하다. 걸프만에 접해있는 플로리다의 팬핸들지역에서도 앨라배마주 경계선에 가까이 있는 플로리다의 가장 서쪽 도시인 '펜사콜라'는 군인 도시다.
처음에 남편이 펜사콜라에 있는 회사로 이직해서 갈 때 그 지명이 익숙지 않아 우스개 소리로 '펩시콜라 아니고 펜사콜라?'라고 했었다. 펜사콜라는 'Home of the Blue Angles'다. 블루엔젤은 국군의 날에 저공비행쇼를 하는 저공비행단의 이름이다. 블루엔젤 비행대대가 머무르고 훈련하는 곳이 펜사콜라다. 도시의 자부심답게 도로에도 물탱크에도 블루엔젤이 그려져 있다.
블루엔젤 뿐 만이 아니다. 펜사콜라에는 N.A.S가 있다. 정말로 교통 표지판에 이렇게 쓰여 있다. 처음엔 이게 뭔가 했었다. Naval Air Station의 약자다. 항공모함에서 출격하는 비행대대 즉 해군항공기지를 말한다. 플로리다의 해안지역에는 해군과 공군부대가 있다. 여기 펜사콜라의 해군항공기지는 규모가 크다. 그래서인지 인구 이동도 많다. 국내선 항공기를 타려고 하면 제일 먼저 현역 군인을 먼저 태워주는데 펜사콜라에서는 항상 현역 군인들이 많다. 고등학생들이 크게 하고 싶은 게 없으면 졸업 후 군대에 간다고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군인도시이니 만큼 펜사콜라 제1의 어트랙션은 National Naval Aviation Museum이다. '내셔널'이 붙은 만큼 규모가 엄청나다. 실제 비행기들을 대거 가져다 놓았다. 입장료도 무료여서 펜사콜라에 오는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다녀간다. 우리가 갔을 때 박물관 안내하던 분이 한국전에 참전했었다는 퇴직 군인이었다. 항공모함의 역사를 줄줄 읊는 중에도 미군에 대한 자부심이 뚝뚝 흐른다.
그 자부심이 그대로 드러나서 집 앞마당에 성조기를 걸어두는 집들이 많다. 군인의 도시이면서 은퇴자가 많은 플로리다의 특성상 군인으로 은퇴한 분들이 많다. 집 앞에 아예 국기 게양대를 세우고 성조기를 걸어둔 집이 많다. 그리고 그 아래에 군복 입은 미니어처 인형이 경례하고 있다. 국경일에만 태극기게양을 하던, 그나마 지금은 태극기 부대를 연상시켜 국경일에도 태극기가 잘 안 보이는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그 애국심과 자부심이 자못 부럽다.
두 번째 어트랙션은 역시 바다다. 팔라팍스 피어(Palafox Pier)에는 그 옛날 스페인령이었을 때의 역사를 알려주는 히스토릭 사인이 있다. 펜사콜라의 마스코트는 팔라팍스라고 하는 펠리콘 비슷한 새다. 이 새의 조형물이 여기저기에 서 있다. 서 있는 장소에 맞게 컬러가 되어 있다. 여기 팔라팍스 피어에 서 있는 팔라팍스 조형물에는 인어와 물고기가 그려져 있다. 이 피어에서는 낚시를 많이 한다. 그리고 낚시꾼 주변으로는 생선과 미끼용 새우를 얻어먹으려는 새들이 종종 보인다. 실제로 펠리컨 같이 생긴 새들도 많이 보인다. 동물원에서만 보던 큰 새들이 눈앞에서 걸어 다니니 신기했다.
펜사콜라 비치도 인기만점이다. 여름에는 오후 5시에 가도 주차장에 주차하기가 어려운 정도다. 근처에 있는 데스틴 비치에 비해 관광객이 덜 몰리고 지역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곳 펜사콜라에서부터 데스틴을 지나 파나마시티까지의 해변은 sugar loaf beach로 알려져 있다. 모래밭이 설탕가루로 되어 있는 것처럼 곱다는 표현이다. 실제로 이렇게 모래밭이 고운 곳은 여기밖에 없다. 대부분 물이 맑은 곳은 해변이 몽돌이나 조약돌 또는 조개껍질이 많아 발이 아픈데 여기는 밀가루 같은 고운 가루로 덮여 있다.
바닷물도 따뜻하고 바닷물 색이 너무나 예쁜 에머랄드 빛이다. 에머럴드 코스트라고 불리는게 다 이유가 있다. 로컬인이 많이 오는 펜사콜라 비치에서 벗어나 데스틴 비치에 가면 관광객을 위한 놀거리와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길도 많이 막힌다. 데스틴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은 8월이 되어 관광객들이 좀 빠져나가면 그때부터 바다를 즐긴다고 한다.
세 번째 어트랙션은 놀거리다. 축제와 프로스포츠가 있다. 펜사콜라에는 프로 스포츠팀이 있다. 프로하키팀 '아이스 플라이어'가 있고 트리플 A 야구팀 '블루 와후'가 있다. 1군은 아니지만 이런 프로팀을 갖는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근처에서 프로 스포츠 팀의 경기를 보려고 펜사콜라에 온다. 하키시즌이면 매주 펜사콜라로 온다는 데스틴에 사는 친구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함께 하키 경기를 보러 왔었다고 했다. 실제로 하키경기를 보러 가니 가족 단위로 와서 같이 즐기고 간다. 아이들도 어릴 적부터 부모들과 같이 와서 경기보고 간식 사 먹고 놀다가 간다. 야구경기도 마찬가지다. 가족 단위로 와서 놀고 간다. 아이들과의 추억이 스포츠 경기관람과 함께 젖어드는 것 같다.
축제로는 매달 하는 갤러리나잇 행사가 있다. 1-2월에는 마디그라 행사가, 3월에는 북 페스티벌이, 9월에는 크래프트행사가, 12월에는 산타퍼레이드가 있다. 이들 말고도 이벤트가 많다. 여름에는 비치에서 하는 음악회가 있고 푸드 페스티벌도 있다. 이벤트만 따라다녀도 1년이 훌쩍 지나간다.
플로리다가 반도 지형을 가지고 있어서 북쪽과 남쪽의 기온차이가 있다. 펜사콜라는 북쪽이라 1월에는 그래도 쌀쌀하다. 0도씨까지 내려가는 날도 있다. 한 해 겨울 이렇게 0도씨 근방으로 내려가는 날들이 며칠 이어지고 나서 화단의 팜트리가 죽어버렸다. 템파와 올란도만 해도 아래쪽이라 훨씬 더 따뜻하고, 가장 남쪽인 키웨스트는 1월에도 덥다. 실제로 키웨스트에 12월 30일에 갔었는데 더워서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놀았었다.
플로리다에서 여행할래? 연재를 플로리다의 가장 북서쪽 도시인 '펜사콜라'로 시작했다. 이제 동쪽 끝인 잭슨빌과 세인트 어거스틴을 보고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플로리다 반도를 한 바퀴 빙 돌며 여행할 예정이다. 플로지인과 함께 플로리다 한 바퀴 돌아보기 하실 분~ 다음화도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