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에서 여행할래? 03화
아메리카 대륙을 차지하기 위한 유럽 열강들의 땅따먹기의 역사가 흔적으로 남아있는 곳들이 있다. 미국의 남부는 프랑스가 점령했던 곳, 스페인이 점령했던 곳, 그리고 양쪽이 번갈아 점령했던 곳 등 영국이 아메리카 대륙을 평정하기 전 프랑스와 스페인의 입김이 남아있는 곳이다. 뉴올리언스는 프랑스령이었다. 지명부터가 프랑스의 지명인 올리언즈-잔다르크의 고장인 오를레앙의 영어식 표현이다-를 따와서 뉴 올리언즈다.
이번화에서 소개할 세인트 어거스틴은 스페인령이었다. 플로리다에서 여행할래? 01화에서 소개한 펜사콜라는 역사적으로 스페인, 프랑스, 영국, 남부 연합, 현재 미국의 5개 국가(지역)에 속했었기 때문에 "다섯 국가의 거리"로도 불린다.
세인트 어거스틴의 역사지구에 가면 갑자기 해리포터의 포트키를 통과해서 스페인으로 순간이동 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유럽인 개척지로 여전히 스페인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지역의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현대적인 건물이나 큰 건물은 허가가 나지 않는 듯하다. 힐튼이나 메리어트 같은 호텔도 바닷가 앞에 1-2층 짜리 자그마한 규모다. 동네 전체가 걸어 다니기 좋다. 플로리다에 왔다면 꼭 가보기를 추천하는 곳이다.
주차는 시간당 미터기에 주차비를 내거나 길가에 무료로 주차한다. 가장 편하게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이 있는 곳은 카스틸로 데 샌마르코스 성채의 주차장이다. 물론 주차비를 내지만 가장 주차자리가 많고 넓다.
11월부터 크리스마스까지 크리스마스 전등에 불이 켜지면 온 마을이 오렌지빛으로 반짝인다. 마치 크리스마스 영화의 세트장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밤에도 얇은 긴팔 하나 걸치고 걸어 다니면서 야경 사진도 찍고 라이브뮤직이 있는 곳에서 맥주 한 잔 하는 것도 좋다.
1년 내내 관광객이 많지만 특히 땡스기빙데이 즈음부터 크리스마스 까지는 최성수기다. 세인트 어거스틴의 명물인 빨간 트롤리를 타고 야경을 보려면 일찍부터 티켓을 예매해야만 한다.
땡스기빙데이 휴가 때 세인트 어거스틴에 와서 저녁시간에 빨간 트롤리를 타려고 했더니 완전 매진이었다. 그 후로 크리스마스 때 다시 올 때는 미리 트롤리 티켓을 예매하고서야 탈 수 있었다. 트롤리를 타고 세인트 어거스틴의 역사적인 곳을 다니니 편히 야경을 감상하면서 설명도 같이 들을 수 있어 일거양득, 1타 2 피다.
세인트 어거스틴은 낮에는 스페인의 어느 마을에 있는 것 같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주고, 밤에 불이 켜지면 영화 속 마을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준다. 스쳐 지나가지 말고 꼭 하루라도 머물면서 밤마실을 다녀보기를 강추한다. 낮과 밤을 모두 만나면 어느덧 세인트 어거스틴과 사랑에 빠져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카스틸로 데 샌마르코스 성채의 주차장에 주차하고 나서면 편하다. 관광지가 대부분 이 성채 주변에 있다. 카스텔로 데 샌 마르코스 성채는 입장료 $15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들어가면 성채가 버티어 낸 이 지역의 역사가 정리되어 있다. 처음에 스페인 군대가 들어왔다가 영국군이 들어왔다가 스페인 점령지였다가 미국이 되었다. 옛날 군복을 입은 직원이 돌아다니며 관광객과 같이 사진을 찍기도 한다.
성채를 나와서 입구에 사자 동상이 있는 Bridge of Lions 다리로 가보자. 사자동상옆에는 1513년 경에 플로리다를 발견했다는 폰세 데 레온(Juan Ponce de Leon)의 동상이 있다. 사자동상에서 다리의 반대편을 보면 멀리서도 Flagler College의 멋진 모습이 시선을 끈다. 저기가 어딘지 꼭 가보고 싶어진다.
Flagler College는 철강왕이자 부동산 재벌이었던 헨리 플레글러가 호텔을 사들여 대학으로 만든 곳이다. 예나 지금이나 부동산 재벌들은 건물에 자기 이름 붙이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학교가 안팎으로 너무 예쁘다. 밖에도 포토스팟인데 안에 들어가도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안팎을 둘러보다 보면 '역시 돈을 벌어야 되나 보다!' 하는 동기부여의 시간이 잠시 찾아온다.
Flagler College의 앞에는 Lightner Museum이 있다. 이 박물관은 Hotel Alcazar안에 위치해 있다. 미국 골동품 박물관으로 입장료는 어른 $19이다. 건물만도 충분히 예뻐서 안에는 안 들어가 보았다. 이 Lightner Museum은 야경도 예쁘다. 연못에 비친 야경을 보면 평행이론처럼 물속에 또 다른 세상이 있을것 같다.
Lightner Museum뒤쪽으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인 Aviles Street도 걸어보았다 고고학자들이 벽돌 포장아래 여러 층을 파다가 1600년대 도자기를 발견한 곳이다. 그 옛날의 벽돌길을 걸으며 이 예술가 거리의 예쁜 가게들과 기념품점들을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다.
중간에 급 피곤함이 느껴져서 St.George Street으로 향했다. 스페인 점령지 분위기의 골목으로 기념품점과 커피, 달달구리, 음식등 모든 것을 갖춘 골목이다. 우리는 이 골목에서 Spanish Bakery라는 곳에 꼭 들린다. 골목에서 안쪽으로 들어와 있어서 앉아서 쉴 수 있는 테이블이 여유로울 때가 많다. 여기 앉아서 빵과 커피를 마시며 당충전하고 다리도 쉬어 주면 눈도 밝아지고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진다.
세인트 어거스틴을 대략 다 보았다고 생각한다면 중심관광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도 탐험해 보길 추천한다. 성채 앞에 있는 San Marcos Ave. 를 따라가면 National Shrine of Our Lady of La Leche at Mission Nombre De Dios를 만난다.
국립 성모 마리아 성지다. 성모마리아의 첫 번째 성지인 라 레체 예배당은 담쟁이덩쿨로 덮인 정면의 모습처럼 신비롭고 아름답다. 레체가 우유라는 뜻으로 성모마리아가 아기예수에게 젖 먹이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성지로 마음이 따뜻 해져옴을 느꼈다. 갑자기 엄마 생각도 났다.
세인트 어거스틴을 건설한 스페인 메넨데스 제독과 함께 온 로페즈 신부를 기리는 동상도 인상적이다. 그리고 바다 앞 십자가는 도시 400 주년을 기념해 1965년에 세워진 서반구에서 가장 큰 십자가다.
조금 더 가면 Fountain of Youth(젊은의 샘물)이 있다. 입장료가 성인 $22.95 다. 스페인 탐험가이자 푸에르토리코 총독이었던 후안 폰세 데 레온(Juan Ponce de Leon)은 플로리다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 유럽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후안 폰세 드 레온의 탐험을 젊음의 샘물을 찾는 여정으로 스토리 텔링해서 세인트 어거스틴 개척기를 소개하고 있다. 나름 스토리도 재미있고 볼 만하다.
세인트 어거스틴은 1박 2일로도 빠듯하고 2박 3일은 있어야 좀 돌아보았다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처음에 잭슨빌에 왔다가 당일치기로 세인트 오거스틴에 와 보니 아쉬웠다. 그다음에 동생네 가족과 함께 1박 2일로 왔다. 크리스마스 휴가 때 와서 도시전체의 블링블링한 매력에 푹 빠졌다. 그 다음에 또 와서 못 본 곳들을 보고 다녔던 곳이다.
보면 볼수록 다시 오고 싶은 매력만점 도시 세인트 어거스틴은 이렇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지만 '직접 와서 느껴보시라'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세인트 어거스틴으로 빠져 보시라!
#미국생활 #플로리다에서살아볼래 #플로리다에서캠핑할래 #플로리다에서여행할래 #펜사콜라 #잭슨빌 #세인트어거스틴 #당일치기로부족한곳 #플로리다관광지 #플로리다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