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과 함께 다시 걷는 시간_10
보통 부분절제술은 2박 3일인데 나의 경우는 전절제술에 유방재건까지 하면서 5박 6일의 입원스케줄이 정해졌다. 병원에서의 5박 6일은 꽤 긴 기간이다. 성형외과 선생님께 물어봤다. 혹시 이 수술이 위험해서 이렇게 오래 있는 거냐고. 그게 아니고 전절제를 하면 통증이 좀 있어서 통증관리를 더 하고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렇게 큰 수술을 하는데 2박 3일 만에 집에 가라니... 집에 갔다가 무슨 일이 날까 두렵다.
이제 입원 준비를 시작했다. 여행 가는 것처럼 캐리어에 짐을 싸기 시작했다.
1. 개인용품 : 칫솔, 치약, 클렌저, 로션, 크림, 인공눈물, 물티슈
휴대폰 충전기, 개인약, 이어폰, 헤드폰, 아이패드, 책
샤워티슈(샤워하기 어렵다고 한다) 드라이 샴푸(머리감기도 불편할 것 같아서)
가습기(병실이 건조하다고 한다)
2. 보호자 용품 : 침낭과 배게 겸 쿠션
3. 속옷, 카디건, 양말, 목베개(배게 겸 쿠션으로 쓰려고)
4. 커피믹스, 카모마일차, 종이컵, 텀블러, 개인용 보온 컵, 쌀과자
입원을 위해 구매한 품목은
샤워티슈, 드라이샴푸, 미니 가습기 그리고 침낭이다.
실제로 입원 후 퇴원해서 이 입원 품목들이 과연 적당했는지 써본다. 위의 입원 짐 싸기 후로 이미 5박 6일이 흐른 후다.
1. 개인용품 : 물티슈와 가글액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수액라인을 잡으면 수액 봉을 질질 끌고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세수는 대부분 물티슈로 대체하게 된다. 물티슈로 닦고 로션을 바르고 끝이다. 가글액도 추천이다. 금식에다 제대로 못 먹으니 입안이 쓰다. 나는 가글액을 가지고 가지 않았고 양치도 한동안 못해서 입안이 텁텁했다. 양치도 수액봉을 끌고 화장실에 가야 하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기 힘든 기간 동안에는 물티수와 더불어 가글액을 추천한다.
2. 작은 손수건과 속옷 : 속옷은 많이 가지고 갈 필요가 없다. 수술 후에는 정신이 없어서, 그리고 금식에 먹은 것이 없어서 뭐 나올 것도 별로 없다. 매일 갈아입는다는 생각은 버려라. 수건도 많이 필요 없다. 수술 후에는 샤워도 못하고 머리도 퇴원전날에 겨우 한번 감았다. 작은 손수건이 필요하다. 땀도 닦고 물티슈로만 하기에 마음에 안 들면 손수건에 물을 묻혀 고양이 세수도 필요하다.
3. 샤워티슈와 드라이 샴푸 : 샤워티슈는 도톰하니 쓸만했다. 물이 닿으면 안 되는 부분을 샤워티슈로라도 닦아내니 좀 살 것 같았다. 드라이샴푸는 비추다. 크게 개운하지 않다. 동생말로는 머리 위에 밀가루 가루를 뿌린 것 같은 그림이라고 한다. 버티다가 컨디션이 좀 좋아지고 나서 제대로 머리를 감았다. 2박 3일 정도로 짧게 입원한다면 두 품목 다 크게 필요 없을 것 같다.
4. 기타 등등 : 가습기는 강추다. 병실 안이 정말 건조하다. 미니 가습기 사갔는데 잘한 것 같다. 잘 못하면 건조해져서 감기 걸릴 수 있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인지 커피나 차는 당기지 않았고 물만 마셨다. 500미리리터 삼다수를 3병 사가지고 들어갔는데 다 마시고 나서 그 통에 정수기 물을 받아 마시니 좋았다. 텀블러나 작은 생수는 필수다.
나에게 맞는 베개나 쿠션을 챙기기를 추천한다. 병동의 침상은 딱딱한 편이다. 그리고 배게는 나에게 안 맞을 확률이 크다. 그래서 베개나 쿠션을 가지고 가면 기댈 때도 좋고 잘 때도 편하다. 실제로 쿠션으로 쓰려고 가져간 것을 내내 베개로 사용했다. 병실 베개는 영 불편하다.
5. 보호자겸 간병인 : 보호자겸 간병인을 위해 햇반과 여분의 수저도 (플라스틱 숟가락과 나무젓가락이라도) 필요하다. 별 생각이 없이 갔다가 숟가락이 없어서 커피 저으려고 가져간 미니 플라스틱 숟가락을 사용했다.
병원에서 주는 입원 준비물에는 '보호자 침구'가 있다. 보호자의 침구는 제공하지 않으니 챙겨 오라는 거다. 그래서 침낭을 하나 사갔다. 병실 안이 좀 더운 편이라 남편은 침낭을 안 썼다. 4인실을 혼자 쓰던 이틀밤 동안 있던 동생은 침낭을 이불로 덮었다. 나중에 들고 오기도 편해서 보호자 침구로는 침낭을 추천한다.
수술 후에는 정말 입맛이 없다. 원체 입맛이 좋았던 나도 이럴 정도니 다른 사람도 아마 비슷할 것 같다. 간병인과 같이 밥을 먹어야 그나마 밥이 넘어간다. 사람이 왜 같이 밥을 먹어야 하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혼자 먹으려고 하면 한 숟갈도 뜨기가 싫은데 같이 먹으면 그래도 먹게 된다. 앞에서 먹는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들으며 한 숟갈씩 하다 보면 제법 먹는다. 식사를 하느냐 안 하느냐가 다음날 상태에 티가 난다. 꼭 먹어야 한다.
요즘 병실은 보호자 1명만 허가하므로 간병인은 서로 교대해야 한다. 나는 남편과 여동생이 번갈아 간병해 주었다. 간병인은 간병만 하는 게 아니다. 의사 선생님이 오면 그 설명도 같이 듣고, 힘들어하면 간호사도 불러온다. 같이 밥을 먹으며 입맛도 돋우어 주고 떠들면서 아픈 것도 잊게 해 준다. 정말 많은 것을 한다. 간병해 준 남편과 동생이 정말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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