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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사리 Dec 24. 2023

말의 온도

따뜻한 한마디의 힘

 추위를 안 탄다고 그렇게 자신했건만, 한파는 내게 선빵을 날렸다. 코에는 시뻘건 피 대신 콧물이 르고, 머릿속에는 '도망쳐!'라는 세 글자가 궁서체로 떠올랐다.



영하 15도의 날씨.

우리는 겁도 없이 시장에 갔다. 패딩 속에 감춘 몸뚱이 돌아가자 외다. , 갈 땐 가더라도 볶이 한입 정도는 괜찮잖?



우리는 돌고 돌아 붕어빵가게 앞에 섰다. 떡볶이 맛을 극대화하기 위한 돼지들의 의식이랄까. 서양에서는 음식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일부러 애피타이저를 먹는다고 한다. 그게 붕어빵은 아니겠지만.



천막으로 둘러싸인 가게에는 먼저 오신 스님 한분이 계다. 스님은 팥붕어빵 세 개를 연달아 먹더니 두 개를 더 드셨다.



"추워~ 사장님 따뜻한 신발 신고 다녀~"


붕어빵을 해치우고 스님이 말했다. 사장님은 호탕하게 웃으시더니 스님에게 붕어빵 하나를 더 건넸다. 스님의 온기 섞인 배려가  붕어빵이 되어 돌아왔다.


언젠가 나도 그런 적이 있던가. 말의 온기를 나누는 일. 남과 추위를 나누는 일.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자만이 마음을 나눈다. 나의 절반을 떼어주고도 오히려 채워지는 힘. 말은 높은 온도를 가질수록 그 의미가 커진다. 전기장판 같다. 포근하고 눈이 감긴다. 붕어빵을 나눠먹으며 우리는 같은 온도를 나눈다.



떡볶이집 사장님은 농담을 좋아한다. 작은 농담에도 손님들은 껄껄대고 웃는다. 옆에 있던 그도 허허하고 웃는다. 포장하는 떡볶이에는 떡을 하나 더 주신다. 옹기종기 모여 떡볶이를 먹으면 알 수 없는 인류애가 생긴다. 춥고 배고파서. 우리는 일차원적인 인간의 본능에서 보이지 않는 연대감을 느끼는 것일까. 확실한 것은 쩝쩝 소리와 웃음소리가 난무하는 이곳은 정이 가득하다. 



사전에는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것, 그것을 '정'이라고 한단다.

세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우리는 '정'을 나눴다.


정은 붉다. 뜨겁고 강렬해서 주변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시장에서 나는 이름 모를 감정들로 나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이 감정을 전해주겠지.

정을 나눈다는 건 어쩌면 서로의 온기를 나눠주는 일이 아닐까.



왠지 더는 한파가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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