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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사리 Dec 31. 2023

우리는 모두 생존자다.

죽음을 피해 살아남은 자들의 삶

 연말이면 지인들에게 안부인사를 전한다. 한 해의 마무리와 새해의 시작을 응원하는 인사말이다. 누구에게나 고된 삶, 하지만 살아주어서 고맙다. 견뎌주어서 고맙다. 많은 의미를 '고생했다.'로 함축시켜 보낸다. 멀어졌던 마음이 다시 돈독해진다.


살아주어서 고맙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과 더 밀접해진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는 죽음을 피해 오래도 살아남았다. 죽음이 속삭이듯 올해는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생존'한다는 것은 그만큼 행운이다. 많은 것을 감내하고 지켜낸 생명은 그 자체로 행운이다. 살아주어서 고맙다.


견뎌주어서 고맙다.


누군가 죽고 싶다고 했을 때, 견뎌달라 말했다. 그녀의 '죽고 싶다'는 말 '살고 싶다'로 들렸다. 과 죽음은 그렇게 얽혀있다. 그리고 결국 견뎌다. 고통을 기반으로 삶이 또렷해지는 순간 우리는 단단해다. 견뎌주어서 고맙다.



2023년 한 해를 무사히 마친 사람들에게 우리는 모두 '생존자'라고 말하고 싶다. 살아남았고, 살아냈고, 다시 살아간다. 후회와 미련은 '죽음'앞에서 무용지물이다. '죽음'을 염두하고 사는 만이 택한 삶을 감각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요즘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을 뇌 속에 명령어로 입력한다. 이상하게도 '죽음'이라는 단어를 앞세우면 게으른 몸도 부지런히 일을 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명제를 떠올리면 삶이 더 견고해진. 뜨는 것과 지는 것, 늙어가는 것과 죽어가는 것.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들이 당연해질 때 우리의 삶은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



새해를 맞이하기 딱 하루 전이다.

생각나는 많은 말을 지우고 "고생했다."는 말로 대신하려 한다.


어둑해진 하늘에 눈비가 내리고 땅을 적신다. 햇빛을 쬐고 비가 마르면 땅은 더 견고해지겠지.


새로 시작하기 딱 좋은 날씨다.






2023.12.31 연말의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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