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누구든 알맞게 모양을 잡는 물의 모양을 지닌 사랑이고 싶었다. 네모든 세모든 그 사람의 모양의 결에 맞게 적당한 모양새를 지니도록.
그렇게 비슷하게, 또 알맞게 어울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구색을 맞춰 동그라미로 형태를 바꾸려고 해 봐도 어느 한 구석에 있는 각진 부분은 숨기지 못한다.
둥글게 사랑을 빚어가고 싶지만 나의 날카로운 예각에 모두가 상처입고 떠났다.
숨기려 했지만 숨길 수 없는 예민함을 어떻게든 깎아보려 붙드는 자가검열의 시간.
어느 사랑에서나 난 슬픈 사람이었고 상대는 화난 사람이었다.
슬픔과 화남은 대립할 수 없다.
슬픔과 슬픔, 화남과 화남은 싸울 수 있더라도
다른 감정 안에서 페어플레이는 없다.
같은 결말이 반복되는 이유는 난 언제나 슬픈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닐까.
한 번이라도 상대에게 솔직하게 내 마음을 질러 봤다면 나의 과거는 과연 다른 결말을 맞이했을까.
실현되지 못한 상상의 후회는 마음에 무겁게 자리를 잡는다.
그러다 잠잠하던 불안과 걱정이 달라붙어 점차 몸집을 불린다. 마치 스펀지처럼 축축하고 무겁다.
그 무게를 마음에서 덜어내 가벼워지고 싶지만
섬유질 곳곳에 묻은 얼룩덜룩한 흔적은 지워내기 어렵다.
흐르는 물에 온몸을 내던져 또다른 것을 머금지 않는 한
불안의 색과 형질은 나의 마음에 여전하다.
설령 새로운 물질을 맞이한다고 해도
나의 마음 이곳저곳에는 불안의 잔재가 도사리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