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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부인과 추쌤 Dec 09. 2019

누가 그렇게 말했나요?

오해는 점점 더 깊어지고...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은 환자, 보호자, 업무 관계자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환자는 외래환자와 입원환자로 나뉘게 되고, 외래환자는 초진환자와 재진환자로 나뉘게 된다. 진료를 위해 병원에 처음 방문하면 초진환자이고, 예전에 진료를 받고 치료효과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방문하면 재진환자이다.


초진환자와의 정보격차와 가치관 차이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 미리 하지만, 충분한 설명을 드렸거나, 자주 뵌 재진환자와 상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방비 상태로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음... 혹시 제가 그렇게 말씀드렸었나요?"


놀란 가슴으로 차트를 열어보지만, 자세하게도 기록이 되어있다. 


"~~~~ 위험성과 득실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하였고, 환자와 보호자 모두 이해하였음. " 



설명드린 내용을 가지고 시험 볼 수도 없고 지극히도 일방적인 설명이기 때문에 이해정도를 평가할 수는 없다. (의사 앞에서는 이해가 안 돼도 이해되는 척 고개를 끄덕인다는 분들을 많이 뵀다.) 늘 같은 내용으로 늘 비슷한 레퍼토리로 설명을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개개인마다 자각하고 있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고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어떤 분은 무서운 것만 기억하고, 어떤 분은 괜찮은 것만 기억한다. 혹은...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한다.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오해의 가능성은 점점 커진다. 확증편향이 진료에도 적용이 되는 듯하다.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 말이다. A라는 약을 먹으면  B라는 효과가 있고 C라는 부작용(side effect)*이 있다고 하면, 어떤 분은 B라는 것만 기억하고 어떤 분은 C라는 것만 기억하는 식이다. 혹은 어디선가 탁월한 효과에 대해서 듣고 방문했다면 C라는 것은 염두에 두지 않게 되고, 평소 C라는 부작용에 대해서 많이 접했다면 B라는 것은 역시 고려 선상에 올려놓지 않는 식이다. 


* 부작용은 Side effect이고, 副作用이다. 즉, 본래의 작용 이외에 부수되어 일어나는 작용을 의미한다. 비아그라가 처음엔 협심증을 치료하기 위한 약이었고, 실제로도 고산병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예상치도 못했던 부작용으로 인해서 대박이 난 약이다.


한편, 다른 병원에서 설명을 듣고 방문한 초진 환자 분들은 외부 병원에서 다른 선생님들이 하신 말 중에서 가장 본인에게 의미 있고,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사실만 기억하는 경우가 있다. 분명히 그렇게 말씀 안 하셨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그 정보의 격차를 진료시간을 통해 좁혀나간다.


최근에 치료/설명 소홀 및 부주의로 인해 수많은 의료분쟁이 많아지다 보니 설명과 말이 길어짐에도 불구하고 큰 이해도의 격차는 서로를 늘 힘들게 한다. 기억력의 차이 혹은 편향 그리고 의료진과 환자 사이 질병에 대한 지식과 경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러한 기억 차이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가 나의 고민이다. 


질환에 대해 설명이 적힌 페이퍼를 나눠주기도 하고, 이것만이라도 기억해달라는 심정으로 진단명과 검사 결과를 포스트잇에다가 써드리기도 한다. 혹은 핸드폰에 이렇게 이렇게 기록해두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기억은 기록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방법이 효율적인지는 모르겠다. 


환자 :  실컷 설명 듣고 나왔는데, 무슨 말인지 기억은 안 나고... 안 좋다는 건 알겠는데...
의사 :  이 정도 설명드렸으니깐 이해하시겠지? 약 꼬박꼬박 챙겨 먹고 오시겠지?   

하지만 다음 외래 방문 때 이야기를 하면 전혀 다른 대화가 전개된다.

환자 : 아... 그게 TV에 보니깐 안 좋다고 하길래... 
의사 : 아... 네... 그때도 제가 설명드렸지만... 다음엔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다시 차분히 설명을 드릴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몫이 아닐까... 이제는 새로운 방식으로도 시도하고 있다. 새로 시작한 그 방법은 바로! 유튜브이다. 산부인과 전문의 3명의 유사하면서도 다른 개인 의견을 확인할 수도 있고, 의학정보를 다시 찾아볼 수 있고, 쉬운 용어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선택한 유튜브. 


함께 하는 선생님들의 목표와 추구하는 방향은 다를 수 있지만, 유튜브는 환자와의 정보격차를 줄이고 이해도를 증가시키는 면에서 아주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진료 시 페이퍼 나눔, 포스트잇, 의학정보 홈페이지 제작 다음으로 시작한 시도인 유튜브가 더 많은 분들께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고 더 많은 분들이 건강해지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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