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부인과 추쌤 Apr 17. 2018

남자 산부인과 의사 이야기

레지던트 이야기 #1

안녕하세요.
한 ‘여자’의 아빠, 한 ‘여자’의 남편, 산부인과 전문의 포해피우먼입니다. 


약간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레지던트'라 말하는 한국의 '전공의' 수련과정은 4년입니다. 4년간 매일 매일 눈 비비며, 꼴딱 새는 밤 당직을 서며 전공의 생활을 하는 동안 심장이 터질것만 같은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매일매일 지치고 졸렸나 봅니다.ㅎㅎㅎ저 일기 이후로 즐겁지 않았다는 소문이...



12월에 쓴 일기

또 밤샜다... 아유 오케이?

오늘 말씀드릴 전공의시절 이야기는 ”28주 임신중독증 쌍둥이 엄마에게 있었던 일”입니다.

전날 당직을 서서 매우 피곤한 몸을 이끌고 분만장을 지키고 있던 그 때는 전공의 1년차 겨울이었습니다. 


고위험 산모실에 있던 산모가 갑자기 기침을 하는것이었습니다. 분만장에는 분만을 위한 설비도 있지만, 고위험 산모를 잘 관찰하기위한 고위험 산모실도 같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시 고위험 산모실에 있던 산모는 28주에 쌍태아 임신이었고, 중증 임신중독증으로 약물이 지속적으로 주입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콜록콜록

기침을 하시길래 방에 들어가 산모에게 괜찮으시냐고 물었습니다.

산모는 무언가 답답한지 찡그린 표정으로 '숨이 차다' 고 말하였습니다. ‘기침한다고 숨이 차진 않는데’ 라고 생각하며 산소포화도 측정기로 확인하였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95% 미만으로 잘 떨어지지 않는데, 수치가 94%로 조금 낮게 확인되었습니다. 


'조금 낮네. 왜그럴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산모는 기침을 1번 더 하였습니다. 갑자기 산소포화도가 88%까지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간호사님 여기 산소 빨리 가져다 주세요!!! 그리고 응급 구조팀에 연락 좀 해주세요. 산모님 괜찮으세요?"

"네.... 참을만 해요."


산모에게 산소를 연결하면서 산소 포화도는 조금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산모와 대화한지 얼마 있지 않은 후 산모는 기침을 한번 더 하였고, 산소 포화도는 70%, 60%으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병원응급 구조콜 다시 해주세요! 빨리요!!"


기계에서는 포화도가 떨어졌다는 일람소리가 울기 시작했고, 산모를 부르고 흔들어봐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습니다. 마침 불렀던 구조팀이 방문했고, 늦지않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숨이 멎어가는 산모에만 집중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기 살아있나 확인해 봐!!!"

우리는 교수님의 오더하에 초음파를 가져와 프루브를 떨리는 마음으로 산모의 배에 두었습니다.

'두 아기 모두 죽었으면 어떡하지...'


"그럼 빨리 수술장으로 밀어!"

우리는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의사를 태운 채 침대를 수술장으로 밀고 들어갔고,수술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심폐소생술은 계속 되었습니다. 전신마취가 시작됨과 동시의 집도의 메스는 산모의 피부를 가르고 있었습니다.


몇 분도 걸리지 않은 채 아기는 태어났지만, 수술장에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달려온 소아과 선생님에게 아이들은 넘겨져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달려온 '소아과선생님들'에 의해 집중케어를 받게 되었습니다.

아기들이 소아과 선생님들에 의해 심폐소생술을 받는 동안 다행히도 산모의 심장박동은 돌아왔습니다.


수술 당시 수술방에 있던 사람들은 최소 13명이었고, 문밖에 있던 사람을 포함하면 더 많았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쌍둥이 '조산'으로 제왕절개 할 때에는 9~10명 정도의 인력이 필요합니다.


출혈은 많지 않았고, 산모의 상태는 안정적으로 돌아와서 수술은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추후 경과를 관찰하기 위해서 산모는 중환자실에서 집중케어를 받게 되었고, 최종 진단은 폐부종으로 되었습니다. 우리의 걱정과 다르게 산모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중환자실에서 퇴실하였습니다. 


임신중독증으로인해서 부어있던 온몸의 붓기는 출산과 함께 눈 녹듯 사라져 버렸고, 어느 누구도 심폐소생술을 받았다고 상상하지 못할 만큼 짧은 시간 내에 건강한 모습으로 회복되었습니다. 아기를 보러 신생아 중환자실에 다녀오던 그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디 다녀오세요?"

"아기 보고 왔어요!"


제왕절개술만 해도 며칠 걸어다니기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엄마의 아기에 대한 걱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기가 너무 이른 주수에 나와서 조금 힘들어하긴 하지만 잘 버티고있다'고 들었으나 추후 이야기는 듣지 못하였으나, 산모는 특별한 문제 없이 회복하여 잘 퇴원하였습니다. 임신중독증이 이렇게 무섭게 변모할 수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한달이었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당시의 상황은 너무 긴박했습니다.그때 그 긴장감을 제 글솜씨로 다 담아내지 못한게 너무 아쉽습니다. 산부인과적 지식이 부족한 1년차때 일어났었던 일이라 약간의 각색이 되었을 수 있습니다. 


모든 산모님이 임신기간동안 건강하고, 건강하게 출산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forhappywomen 이었습니다.




건강을 구독하세요 - https://forhappywomen.com/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남자 산부인과 의사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