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기분을 조금 참으려고 했어요
드디어 협의이혼의 첫번째 관문인 부모상담의 날이 왔다. 애 아빠는 나에게 내가 직접예약하고, 안될거 같아 (이거라도 너가 해보라는 심정으로) 너가 예약 변경하라고 한 부모상담 예약 문자를 나에게 포워딩했다. 그러며 내게 "서류는 내가 준비 안해도 되지?"라고 물었다. 그렇게 불안하면 직접하던가 나였다면 "서류는 내가 준비할테니 냅둬"라고 했을테다.
부모상담 당일, 나는 더 여유가 있었지만 출근 나부랭이로 지랄할게 뻔해 애 아빠가 출근하기 전에 여유있게 시간을 맞췄다. 차는 반납했고, 출근도 해야 했으니 억지로 대중교통을 타고 갔다. 그런데 아뿔싸. 필수 서류를 두고 왔다. 상담소에 가서 서류를 뽑아오겠다고 한 뒤, 여차저차 서류를 뽑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뭐 어쩌고 저쩌고 빨리 오라고.
그리고 상담을 하는데 상담사는 "부모는 이혼했지만 부모를 만나고 싶은 것은 아이의 권리이기 때문에 부모가 참견할 수 없다"는 말을 상담 내내 강조했다. 동감했고, 반성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는 이혼 고려중인 부모라면 아이의 권리를 먼저 생각하길 바란다.
상담사의 첫질문은 "이혼을 왜 하냐?"는 거였다. 애 아빠의 대답. "나는 매일 상대방에게 거짓말을 했고 술을 마시고 늦게 왔고 가정을 신경안썼다. 그런데 나는 이게 이혼을 할 정도의 사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바람이 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는 표정관리가 불가했다. 상담사가 내게 "왜 이혼을 하느냐?"라고 물었다. 나의 대답. "본인이 다 말했다. 거짓말했고, 술마시고 집에 안왔고. 가정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내가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지 마'라고 말하면 뭐하냐? 행동으로 가르친다. 나는 나의 아이를 거짓말하는 아이로 키울 수 없다."고 답했다. 상담사의 눈빛에서 느꼈다. 나의 말에 동의하는 것을.
그 이후 상담사는 강하게 애 아빠에게 "친권과 양육권을 넘겼다는 것은 양육자의 의견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고 있냐?'라고 물었다. 놀란 애 아빠는 "그 부분떄문에 싫고 동의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러더니 아이의 아빠로서 힘듦을 토로하며 일을 열심히 하고 어쩌고 저쩌고 "그 부분은 자부할 수 있다"며 아이를 키우지 못할 이유를 늘어놓았다.
상담사는 애 아빠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었다. 그러면서 아이를 엄마가 키워야 하고, 양육비 지급일을 지켜야 하며, 면접 교섭일을 어른이 편할대로 바꿔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간 면접교섭일을 편할대로 바꾸려고 했고, 그의 부모마저 "돈 벌어야 하는데 애 만나는 날짜를 바꿀 수도 있다"고 헸기에 놀란 듯했다. 상담사는 양육비에 대해선 "아이의 생명줄"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간 나에게 "내 돈 없으면 아이를 키우지도 못하잖아?"라는 개소리를 시전했던 그에게 그 말은 "내 돈 없으면 애 엄마는 애를 못키운다"로 인식됐으리라.
상담사는 마지막으로 "아이가 원한다면 부모 모두가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솔직한 마음으론 싫었지만 "아이를 위한다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떄 나의 떨떠름한 표정은 상담사도 읽었겠지만 아이를 위해 참고 참아보겠다.
면담 동안 "아이를 누구보다 아낀다"는 그는 본인이 "아이를 1년 반~2년 동안 돌봤다"고 주장했다. 그가 온전히 아이를 본 기간이느 1년이다. 상담사에게 "아이는 지금도 아빠의 거짓말을 듣는다"는 나의 말에 그는 나에게 뒤늦게 메신저로 "아이의 말을 믿지 마라. 병원갔다가 유치원을 늦었던 것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전에 아이는 내게 말했다. "엄마, 아빠가 병원에 안가고 약국에 갔는데 선생님한테 병원에 갔다고 한다고 했어"라고. "그러면 아빠한테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고 하지"라는 나의 말에 아이는 "아빠가 전화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말해~ 엄마는 참"이라고 답했다. 넌 이거 몰랐지?
그렇게 자녀를 위한다는 애 아빠야. 너가 스스럼 없이 하는 거짓말을 아이가 다 지켜보고 있어. 제발 돈만 많이 벌어 주던가, 애를 위한게 무엇인지 생각하던가. 둘다 못하겠으면 하나만이라도 해줘. 상담사는 아이의 인권이라고 강조했지만 돈은 안줘도 되니 애라도 보지 말아줘.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제발 창피함을 알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