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넘어 삶을 정돈하는 지혜
우리는 가끔 거창한 것에서 변화를 기대한다. 하지만, 때로는 가장 단순한 일상의 습관으로 삶을 바꿀 수 있다. 그중, 정리가 그런 습관 중의 하나다. '정리 수납'은 단순히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행위를 넘어 우리의 시간, 에너지, 마음까지 정리하는 강력한 도구다.
"나는 집 안에서는 잡동사니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꼭 있어야 할 것이 제 자리에 있는 것이 우리 집의 풍경이다. 잡다한 것들로 채워지는 순간 선택할 것이 많아져 우왕좌왕 시간과 열정을 허투루 쓸 확률도 높아진다." 손웅정의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서 나오는 글이다. 이것이 정리의 본질이다.
23.10월까지 부산가톨릭 평화방송 라디오에 6개월간 출연했을 때, 실시간 채팅방에서 이런 댓글이 종종 보였다. "정리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요." 정리가 선택사항이라면 머리 아플 일이 없을 텐데 필요성이 있기에 그런 것이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저자 손웅정(축구 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집 정리'를 한다고 한다. 쓸데없는데 쓰는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했다.
정리하지 않으면 물건 찾느라 허둥대는 시간이 많을 뿐 아니라, 집이 지저분하면 부정적인 감정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미국 정리수납 협회에서 주사 한 바에 따르면 하루 물건을 찾는 시간이 평균 55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하루 55분이면 1년이면 330시간이다. 시간이 돈이라고 생각하면 함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한때는 술 잘 마시는 사람이 일 잘한다는 말도 안 되는 명제를 만들어 놓고 진리인 양 믿었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바인더에 내가 사용하는 시간을 기록해 보니 술 마시는 시간, TV 보는 시간이 전부였다. 모두가 나처럼 사는 줄 알았다. '나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 있으면 나와 봐'라고 할 만큼 잘 산다고 생각했던 오만방자한 사람이었다.
집은 엉망이었다. 직장에서 집에 오면 짜증이 폭발했다. 매일 해도 끝이 없는 집 청소가 문제였다. '청소에서 해방되고 싶다.'를 외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끝이 있는 과제라면 힘들어도 참을 수 있는데 죽을 때까지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늘어나기만 했다.
모든 것을 남편 탓으로 돌렸다. 남편을 원망할수록 스트레스는 더 쌓였다. 원망은 해결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늦게 오는 남편을 기다리며 집 정리를 했다. 그 시간만큼은 다른 어떤 생각이 없기에 스트레스가 풀리고 개운해졌다. 하지만 깨끗한 상태가 오래가면 좋은데 문제는 금세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감정 서랍이 있다. 시간이 가면 흐릿해질 수 있지만 어딘가에 저장이 되어있다. 그 감정 서랍을 열 수 있으면 위로가 되듯이 정리도 마찬가지다. 버리지 못하면 계속 쌓이게 된다. 꺼내서 버릴 것을 버리고 나면 개운해진다. '정리 수납'이 위로가 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에너지를 준다는 것을 '정리 수납 전문가'가 되고 나서 알았다. 정리 후 생생한 현장 경험으로 말이다.
정리하지 않으면 정리에 대한 강박으로 살아간다. 정리는 시간의 자유를 주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일상에서 정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살아간다. 겉으로 보이는 외모에는 대부분 신경 쓰지만 마음을 보는 일에 시간을 사용하지 않는다. 내 삶이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정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정리는 시간의 자유, 마음의 위안은 물론 과거를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지난 일을 돌아보며 후회하느라 앞으로 펼쳐질 좋은 것들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있다. '정리 수납'으로 깨끗하고 새로워진 환경이 생명력을 찾게 해 준다.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 '곤도마리에'는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에서 "물건을 정리하는 것은 단순히 집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버드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정돈된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현저히 낮았다. 또한 정리된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집중력이 향상되고 업무 효율성이 30%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조직 심리학자 캐슬린 볼크의 책 <물건의 심리학>에서 "우리의 소유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우리 정체성의 확장"이라고 한다. 정리는 단순히 물건을 버리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에게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 것인지 돌아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집 정리를 위한 실천 팁이 있다면 물건을 같은 것(비슷한 것)끼리 모으고, 각자의 기준은 다르지만 1년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버린다는 원칙을 세워보는 것이 좋다.
정리는 단순한 집안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과 삶을 정리하는 것이다. 물리적 공간을 정리함으로써 몸의 공간도 비우게 되고, 그 공간에 행복을 채우게 될 것이다. 정리는 단순히 청소가 아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첫걸음이고 그것이 인생을 변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