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길을 걷는 지혜
솔개는 지금과는 다른 날카로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솔개는 말이 멋있게 우는 소리를 듣고 말을 흉내 냈다. 솔개는 아무리 노력해도 말의 울음소리를 제대로 배울 수도 없었고, 그러는 사이에 제 목소리마저 잃어버렸다. 그래서 솔개의 목소리는 말의 목소리도 아니요. 자신의 옛 목소리도 아닌 것이다. <이솝 우화, 말 울음소리를 내는 솔개>
살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한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다른 사람의 화려함에 매료되어 자신의 본질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이솝우화의 솔개가 남의 것을 동경하다 자신의 목소리를 잃은 것 처럼. 진정한 성장은 자신만의 고유한 목소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꾸준히 가꾸어 나가는 데 있다.
어릴 적, 글씨를 예쁘고 깔끔하게 잘 쓴다고 칭찬 듣는 편이었다. "어디 할 차례죠?"라며 선생님은 제일 앞에 앉아 있는 내 노트를 보셨다. 가끔 친구들에게 노트를 돌리며 노트 정리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특별 활동 시간이 있었다. '차트 글씨' 반에 들어가고 싶었다. 자신 있게 도전했는데 계속 떨어졌다. 자존심이 상했다. 그 이후로 높았던 자존감이 뚝 떨어졌다. 마치 솔개가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것처럼 다른 어떤 일도 자신감이 없어졌다.
53세의 늦은 나이에 자기 계발을 시작했다. 직장 다니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KTX를 타고 서울에 다녔다. 남편과 내가 가장 나이가 많았다. 함께 수강하는 학생들은 젊고 예뻤다. 강사 과정이었고 직접 강의를 해야 했다. 남편과 나는 외모로 풍기는 이미지에서 이미 마이너스가 된 기분이었다. 강의 때마다 자신감이 떨어졌고, 다른 사람의 칭찬은 칭찬이 아니라 위로로 들렸다.
같이 수료한 강사들은 SNS를 통해 배운 것을 마음껏 실력 발휘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우리는 주눅이 들고 점점 더 자신감만 빼앗기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남들이 하니까 이것저것 따라 했는데 도무지 나에게 맞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도대체 잘하는 것은 뭘까?' '적성에 맞지 않는 걸까?''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버지에게 재산을 받아 멀리 떠난 성경 속의 탕자가 자신의 본질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과 같았다. 결국 탕자가 유산을 탕진했듯, 나 또한 나에 대한 믿음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몰랐던 것이 있었다. 무슨 일이든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잘하는 것만 보였다. 마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보니 그 사람은 나이를 떠나서 많은 시간 동안 연습의 과정이 있었던 것이다. 영화 "써니" 주인공 나미가 학창 시절 자신만의 댄스 실력을 갈고닦아 결국 또래들 사이에서 인정받게 된 것처럼, 나도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 나가기 시작했다. 특출 나게 잘하지는 못해도 시간이 지나니 재미가 있었다. 5년이 지날 때쯤 어떤 것이 나에게 맞는 일인지 알 것 같았고,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다면 내 것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8년이 되어가는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자랑하는 것을 보지 않는다. 그냥 내 페이스대로 내가 잘하는 것을 해나간다.
헤르만 헤세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글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
남들의 기준이라는 알을 깨고 나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퇴직하고 시간을 보내는 단체에서 내가 하는 일(글쓰기, 정리, PPT, 영상 편집 등)이 도움이 되고 있다. 꾸준히 했던 일이 여기서 잘 씔 줄 몰랐다. 남들이 잘하고 있는 것을 따라서 잘해 보려고 했던 시간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솔개가 말의 목소리를 흉내 내지 않았다면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았던 것처럼,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길을 찾는 것이 성장이고 행복이다.
타인의 것을 분별하지 못하고 모방하는 것은 곧 나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내가 그랬다. 남들을 무작정 따라 하며 자신감을 잃었다. 이제는 나의 길을 알았고 꾸준히 걸어가고 있다. 우리는 각자의 목소리가 있다. 진정한 삶의 의미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나만의 페이스로 꾸준히 나아갈 때 비로소 잃어버렸던 나의 목소리를 다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