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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부족해도 괜찮아

지금 여기서 최선이면 돼

주인이 춤을 추라고 강요하자 낙타가 말했다. "나는 춤출 때만 보기 흉한 것이 아니라 걸어갈 때도 그래요."<이솝우화, 춤추는 낙타>




"하나님께 받은 자기의 은사가 있으니, 이 사람은 이러하고 저 사람은 저러하니라"(고린도전서 7:7), 성경 말씀처럼 우리는 모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났다. 어떤 사람은 가르치는 은사를, 어떤 사람은 밝은 미소를, 어떤 사람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남과 닮아가길 원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같아지기를 강요한다.


우체국에 근무할 때 일이다."아가씨! 적금 6개월짜리 해달라고 했는데 1년으로 하면 어떻게 해요?"라며 창구에서 고함이 들렸다. 전날 고객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담당자가 아닌 바로 옆에 있는 다른 직원에게 큰소리를 쳤다. 내가 달려 나가 상황을 정리한 후 고객에게 "어제는 이 자리가 아니라 옆에서 하셨죠?"라고 했더니 "맞습니다. 그런데 저 아가씨는 생글생글 웃으니, 뭐라 할 수가 있어야죠."라고 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 직원은 발령받은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팀장님! 오늘도 실수했어요."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하루가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사소한 실수가 잦았다. 일반 적으로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해서 실수하면 화가 날 법도 한데 이 직원의 실수로 한 번도 화가 나 본 적이 없다. 실수 보고를 들으면 "그래? 다음엔 조심하자."며 자연스럽게 웃으며 넘어갔다. 낙타가 춤출 때 보기 어색한 것처럼 그 직원은 정확한 업무 처리에는 서툴렀지만,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따뜻한 미소라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요가를 배울 때의 경험이다. 어느 정도 실력이 향살 되었을 때 요가 강사에게 질문했다. "강사님! 요가는 왜 초급, 중급, 고급반이 없어요?" 어려운 동작을 할 때는 강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강사는 초보를 도와주느라 내가 필요할 때 도움을 받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다. 요가 강사는 답했다. "사람의 몸은 모든 동작을 완벽하게 하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아요, 아무리 오래 해도 안 되는 동작이 있어서 구분하지 않고 함께 하는 거예요."

오랫동안 요가를 한 회원에게 "요가 동작 잘하시네요. 부러워요"라고 했더니, 그 회원은 "대체로 잘 되긴 하는데 이 동작은 여전히 잘 안되네요."라고 말했다.


소설 "아몬드" 주인공 윤재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편도체 질환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지만, 특별한 강점이 있었다. 특정 상황에서 누구보다 현재를 객관적으로 보고 편견 없이 사람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로 사회적 소통은 어려웠지만, 뛰어난 기억력과 논리적 사고력으로 복잡한 법적 문제를 해결해 낸다. 우영우는 자신이 창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만의 리듬으로 법정에서 놀라운 '춤'을 보여준다. 사람들도 점차 그녀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그녀만의 특별한 재능을 인정하게 된다.


낙타는 춤추거나 걸을 때 어색해 보일지 모르지만, 낙타만의 놀라운 장점들이 있다. 넓적한 발바닥으로 사막을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고, 긴 눈썹으로 모래바람을 효과적으로 막아낸다. 또한 무거운 짐을 나르는 능력도 뛰어나다. 낙타의 이런 강점을 무시하고 단점인 춤추기만 강요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직장에서는 매일 아침 고객 만족을 위해 10분간 CS(Custom Service) 교육을 했다. 실수 잦았던 직원에게 CS 교육을 맡겼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밝은 표정만으로도 직원들이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춤은 추지 못하더라도 그녀만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준 것이다.


모든 존재에게는 각자의 재능과 역할이 있다. 춤추지 못한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사막을 찾아 '오늘, 지금'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억지로 춤을 추라고 강요하기보다 그 사람이 가진 고유한 재능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인정해 주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낙타가 "나는 춤출 때만 보기 흉한 것이 아니라 걸어갈 때도 그래요."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듯이 부족한 부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도 필요하다.


이솝 우화 "춤추는 낙타"를 통해 서로의 약점보다는 강점을 찾아주고, 각자의 무대에서 아름답게 빛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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