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질문으로 다른 세상을 만나다

'작은 질문'의 종류

by 유영희

작은 질문으로 다른 세상과 만나다

1. ‘작은 질문’의 종류


빅 퀘스천이 중요하다고 한다. 빅 퀘스천이란 말 그대로 큰 질문이다. 큰 문제를 질문하는 것이다. 우주의 시작은 무엇인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같은 질문들이다. 이런 질문이 있으면 살아야 할 의미가 있게 되니 참으로 중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이런 질문을 누구나 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질문했다고 해서 답을 얻기도 쉽지 않다. 평생을 걸려서 탐구해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천재 몇 명에게만 허락된 답일 수도 있다.


보통 사람에게는 작은 질문이 삶의 의미를 확장시켜 줄 수 있다. 작은 질문이란 질문의 대상이 눈에 보이는 질문이다. 예를 들어 책 한 권을 읽고 책에 하는 질문 같은 것들이다. 그 대상은 책도 될 수 있고, 영화도 될 수 있고, 일어난 사건도 될 수 있다. 자기 자신도 대상이 될 수 있고 다른 사람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합해서 텍스트라고 부르자.


빅 퀘스천이 우주나 인생과 같은 큰 텍스트에 대한 질문이라면, 이런 작은 텍스트를 놓고 질문하는 것이 작은 질문이다. 작은 질문은 그 대상과 깊이 만나게 해 준다. 그냥 보면 다 아는 것만 같은 대상도 질문을 하자고 마음먹으면 많은 질문이 나온다. 그런 질문을 하다 보면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그 대상이 맞는지 놀라기도 한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작은 질문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사실인가? / 왜 그런가? 무슨 뜻인가? / 그것은 옳은가? / 그것을 어떻게 적용할까?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그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사실인가?' 이 질문은 사실을 확인하는 질문이다. 가장 간단한 질문은 일종의 독서 퀴즈 같은 것이다. 의외로 많은 독자들이 텍스트를 읽고 사실 관계를 잘못 기억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것을 확인하는 질문이다. 다른 사례는, 텍스트에 인용된 그 정보가 정말인지 확인하는 질문이다. 텍스트에 수련이 더러운 물에서 핀다는 정보가 있다면, ‘수련은 정말 더러운 물에서도 피는가?’ ‘얼마나 더러운 물에서도 피는가?’와 같은 질문이 사실을 확인하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이 하찮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번 해보시라. 예상보다 대상에 대해 얻는 것이 많다.


두 번째로 '왜 그런가?' '그것은 무슨 뜻인가?' 하는 질문은 추론하는 질문이다. 추론은 추측과는 다르다. 추측은 예상하는 것인데 비해, 추론은 이유나 의미를 묻는 질문이다. 아쿠다카와 류노스케가 쓴 <라쇼몽>이라는 아주 짧은 단편에서 주인공 하인이 여드름을 만지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여기서는 하인이 여드름을 여러 번 만진다는 사실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쳐 지나가는 에피소드라고 하기에는 여러 번 나온다. 이럴 때 하인은 여드름을 왜 만지는가? 하인이 여드름을 만지는 행동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이런 질문이 바로 추론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잘하면 텍스트와 아주 깊이 만날 수 있다.


세 번째는 '그것은 옳은가?' 하는 질문이다. 이것은 평가와 관련된 질문이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이라는 안톤 체호프의 단편을 읽고 많은 독자는 아내가 있는 남자와 남편이 있는 여자가 사랑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질문을 한다. 사실은 이런 질문을 하기 전에 그냥 옳지 않다고 판단하고 비난한다. 그러나 그런 판단을 질문 형식으로 바꿔 보자. 물론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관계가 사랑일까?’, ‘그들은 왜 사랑에 빠졌는가?’하는 질문부터 하면 좋다.


마지막으로 ‘그것을 어떻게 적용할까?’라는 질문이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책에서 읽은 내용을 자신에게나 현실에 적용하고 싶은 경우가 많다. 앞에 인용한 <라쇼몽>을 읽고 많은 독자는 ‘하인과 같은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와 같은 문제의식을 느끼면서 현실과 연관 짓기도 한다. 또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읽고 진정한 사랑에 대해 탐색할 수도 있다.


텍스트에 대해 이런 질문을 하면 의외로 텍스트의 깊은 내면을 만나게 된다. 작은 질문이지만 인식의 폭이 넓어져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앞으로 ‘작은 질문으로 다른 세상을 만나다’에서는 주로 문자 텍스트를 중심으로 질문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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