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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희 Jun 19. 2023

낚시와 사냥의 윤리

주주금석 논어생각 83

술이 26     


○ 공자께서는 낚시는 하셨으나 그물질은 하지 않으셨으며, 주살은 쏘시되 잠자는 새는 쏘지 않으셨다.     


  ▷ 주주

*홍 씨가 말했다. “공자께서는 젊어서 집이 가난하여 부모 봉양과 제사를 위해 부득이 낚시와 주살질은 하셨으니, 사냥을 다투었다는 엽각(맹자 만장 하) 같은 것이다. 그러나 그 생물을 모조리 잡거나 생각 없이 잠자는 새까지 함부로 쏘는 것은 하지 않으셨으니, 여기서 어진이의 본심을 볼 수 있다. 미물을 대하심이 이와 같았으니, 사람을 대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작은 것을 이같이 하셨으니, 큰 것을 알 수 있다.”     


  ▷ 금석

공자는 낚시를 이용하여 고기를 잡았지, 그물을 사용하여 고기를 잡지 않았다. 실을 단 화살로 공중에 나는 새를 쏘았을 뿐, 둥지 속에서 잠자는 새는 쏘지 않았다. 이 장은 제자들이 공자의 인애한 마음을 일상적인 소소한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음을 기록하고 있다.     


  ▶ 유설

주주와 금석, 해석이 같다. 유교는 불교와 달리 살생을 금지하지 않는다. 공자도 낚시를 하고 사냥을 했다는 이야기는 유교의 세속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다만, 낚시와 사냥을 할 때 선별적으로 했다는 것을 생태사상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간중심적인 시각에서 봐도 너무 어린 물고기를 잡으면 물고기 씨를 말리는 일이니 인간에게 불리하다. 잠자는 새를 쏘지 않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 생각 없이 잠자는 새를 쏘는 것을 비겁하다고 생각해서 안 쏜 것 같지는 않다.


예전에 대학에서 강의할 때 전교생 교양필수 과목 교재에 공자의 생태사상의 예로 이 문장이 있었다. 내가 편집한 교재는 아니지만 좀 민망했다. 생태사상에 대한 엄밀한 정의도 없이 그저 덜렁 한 문장씩 끌어다가 동양의 생태사상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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