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활 단상

시간에 대한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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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희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우리 집인가? 우리 집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크게 들린다면 우리 집이 틀림없다. 문을 여니 Y가 서 있다. 엄청 오랜만이다. 날짜를 세어보니 4주만인가 보다. 이 시간에 초인종이 울린 지 4주가 지났다는 뜻이다. 그래서 초인종 소리가 낯설었나 보다. 문을 여는 순간 스쳐 가는 느낌이 아득하다.

4주만이라고 해서 우리 집 초인종 소리를 못 알아보다니, 이 감각은 뭔가 싶다. 그러고 보니, 지난 2월 말부터 지금 3월 27일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몇 달처럼 길게 느껴진다. 하루하루는 휙휙 흘러가는데, 한 달이라는 시간은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질까?


부엌에 가서 물을 받아 포트에 넣고, 과일을 꺼내면서 갑자기 4주 전 화요일에 시간이 맞닿아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뒤이어 K도 L도 모두 도착해서 그런가? 4주 간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시간이 이렇게 확 벌어진 것 같다가 갑자기 맞닿은 것 같은 감각이 무슨 현상인지 궁금해진다.


모임을 진행하기 위해 자리에 앉으니 먼지가 가득 낀 창문이 새삼스레 눈에 들어온다. 집이 너무 낡아서 관리를 포기하고 있다. 창문 안쪽 선반 맨 위에는 축축 늘어진 카랑코에 화분 두 개가 양 옆에 있고 그 중간에 집에 들여오자마자 이름을 잊어버린 키 작은 빨간 식물이 보인다. 고양이 세 마리는 털색이 좋은데, 저 화분은 물 주는 때를 깜빡해서 풀이 죽을 때가 많다. 그래도 1년째 무사하기는 하다.


창이 너무 뿌예서 창밖은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창밖 풍경은 변한 것이 거의 없다. 미끄럼틀과 시소와 그네가 너무 녹슬어 20년 전쯤 철거하고 그 자리가 주차장으로 변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게 창밖은 지금 보이는 풍경이 처음 그대로인 것처럼 시간이 멈춰 있는 것 같다.


-2022년 3월 22일에 노트에 10분간 쓴 것을 옮기면서 수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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