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금석 논어 생각 1-논어와의 인연과 책 소개
-주주금석 논어 생각을 시작하며
논어는 내 인생에서 큰 의미가 있는 책이다.
심리학에서 동양철학으로 전공을 바꿔 대학원에 입학할 때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선택했었다. 전공을 갑자기 바꾸다 보니, 한문 공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학원 입성에는 성공했지만, 한문이 부족해서 수업 시간에 어려움이 많았다.
사람 이름을 한자 그대로 해석하는 내 꼴을 보고 당시 내가 다니던 고려대학교의 김용옥 선생님은 학부생들이 운영하는 동수회라는 한문 공부 동아리에서 공부하라고 권하셨다. 대학원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니까 아마도 3월 말이나 4월 초쯤에 동수회에 합류했을 것이다. 그렇게 5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였던가 8시까지였던가 아무튼 매일 두 시간 이상 나의 한문 공부가 시작되었다. 그때 처음 읽은 경전이 논어집주다. 논어집주는 주자가 당대의 중요한 주석을 다 모아서 편집했기 때문에 집주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버지 사업이 망해가던 때라 차비만 들고 다니던 시절이어서 저녁밥은 굶었지만, 젊을 때라 그랬는지 논어가 재미있어서 그랬는지 학교에서 상도동 집까지 333번을 타고 오면 밤 10시가 다 되는데도 배가 하나도 안 고팠다. 어느 날, ‘(공부의 즐거움으로) 손이 춤추고 발이 덩실거릴 지경이다.’라는 구절을 보고 나 역시 기쁨에 넘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 것을 보면, 논어가 재미있어서 그랬다는 쪽이 더 유력하다.
그렇게 논어와 인연이 시작된 지 2년이 지나, 박사과정에 입학하여 민족문화추진회라는 한문연수기관 연구과정에 다니게 되었다. 한문이 약하여 연수 과정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쓸데없는 자존심인지 뭔지 연수과정은 좀 시시해 보여서 연구과정에 들어갔다. 박사과정생은 연수과정 안 해도 연구과정에 입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한학자 김도련 선생님을 만났다. 1986년에 만난 김도련 선생님과의 인연은 1990년 내가 결혼할 때까지 이어졌다. 그 4년 동안 김도련 선생님에게 받은 칭찬은 다른 데서 평생 받은 칭찬을 다 합해도 모자랄 정도다. 내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여자가 결혼하면 재주가 묻힌다면서 아주 많이 안타까워하셨다.
결국 나는 결혼하자마자 시동생과의 갈등, 남편과의 불화, 연년생 두 아이 육아로 공부와는 점점 멀어지고 김도련 선생님도 만나지 못했다. 결혼한 지 10년쯤 지난 2012년, 신문에서 우연히 선생님의 부고를 보고서야 장례식장이나마 갈 수 있었다. 평소 신문에서 부고를 전혀 보지 않는데, 그날 마침 부고를 본 것은 마지막 길이나마 사람 구실 하라는 운명의 계시였는지 모르겠다. 이 글을 쓰노라니,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런데 2023년 3월 25일, 우연히 친구들과 카톡을 하던 중, 1990년 김도련 선생님이 출간하신 <주주금석 논어>(2115년 웅진지식하우스에서 두 권으로 다시 편집하여 재출간)를 다시 펴보고 싶어졌다. 친구들이란, 한 달 전 온라인으로 재회한 고등학교 시절 ‘불교학생회’ 멤버들이다. 논어에 관심 있다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니, 아직 논어와의 인연이 끝난 것은 아닌가 보다 싶어서 매일 몇 자씩이라도 <주주금석 논어> 생각을 하기로 했다.
주주금석 논어는 어떤 책인가? 먼저 서문을 인용해본다.
“이 책 <주주금석 논어>는 청람 김도련 선생의 <논어> 주석서이다. 드물게 주자의 집주와 함께 다산의 논어고금주 외에 여타 주요 주석서의 내용을 아울렀다. 이 책은 1990년에 현음사에서 처음 간행되었다. 간행 직후 13세기 성리학 수준에 맴돌던 한국 유학의 <논어> 이해를 새롭게 한 저술이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꾸준한 독자의 사랑을 받아오다가 여러 해 전 출판사 사정으로 오랫동안 절판된 상태로 있었다. 책을 찾는 독자의 문의가 꾸준히 있었고, 작금의 <논어> 출간 홍수 속에서도 이 책의 경쟁력이 충분하고 다른 번역서와 변별점이 분명하다는 판단에서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게 되었다.
책 제목을 ‘주주금석’이라 했다. 주주는 주자의 집주이고, 금석은 다산의 관점에 입각한 선생의 해석을 뜻한다. 먼저 주자의 풀이를 충실하게 보여준 후 다시 한번 쉬운 풀이로 설명했는데, 주자의 해석과 생각이 다를 경우 다산을 중심에 두고 선생의 관점을 포함시켰다. 이것이 이 책이 여타의 다른 <논어> 주석서와 구분되는 차별점이다. 특별히 주석 부분에 공력을 많이 쏟아 다산을 포함한 제가의 풀이를 아울렀다.”
위는 <주주금석 논어>의 서문 ‘주주금석 논어를 새로 펴내며’ 첫 장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이 문단은 책의 성격을 단적으로 정리해주고 있어서 인용했다. 여기에는 ‘만 냥짜리 논어’라는 소제목이 달려있다. 김도련 선생님의 아버님이 어린 김도련 선생님에게 논어를 사주기 위해 쌀 한 가마니와 바꾸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마도 그 일화를 배경으로 만 냥이라는 표현이 나왔을 것이다.
앞에서 이미 김도련 선생님과의 인연을 말했지만, 조금 더 보충하면, 선생님은 나를 과하게 인정해주셨고, 얼떨결에 <한문이란 무엇인가>라는 책도 공저로 출간하였다. 그때 수업 이후로 나는 김도련 선생님의 두 번째 제자쯤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짐작컨대 수제자는 아마도 한양대학교 정민 교수일 것이다. 수제자는 학계에서 명성을 날리는데, 두번째 제자는 잠재력으로만 남아 있으니, 간극이 너무 커서 두번째 제자 운운 하기가 좀 민망하기는 하다.
이제 다시 우연한 기회로 이 <주주금석 논어>를 필사 반, 내 해석 반 섞어서 다시 더듬어보려고 한다. 일단, 작정한 것은, 앞으로 3주 간 매일 A4 한 장 정도씩 쓰는 것이다. 논어의 모든 문장을 다 쓰는 것은 아니고 나에게 의미 있고 재미있는 문장만 뽑아서 정리할 것이다.
위 인용문에 있는 대로, 주주(朱註)는 주자의 주해라는 뜻이고, 금석(今釋)은 다산 정약용의 주석을 계승한 김도련 선생님의 해석이다. 그 뒤에 붙인 유설(劉說)은 이 두 주석에 대한 내 생각이다. 대단한 학문적 깊이도 없고, 그렇다고 큰 재미도 없을 것 같지만, 오로지 내 흥으로 그냥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