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학이 07, 08
학이 07
○ 자하가 말했다. “어진 이를 존경하기를 여색을 좋아하듯이 하며, 부모를 섬기는 데 그 힘을 다하며, 임금을 섬기는 데 그 몸을 바칠 수 있고, 벗과 사귀되 말에 믿음이 있으면, 비록 배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나는 반드시 배웠다고 할 것이다.”
▷주주 : 사람의 어진 것을 어질게 여기되 여색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한다면 선을 좋아하는 데 성의가 있는 것이다. 오 씨는 ‘자하의 말이 그 뜻은 좋으나 말투에서 억양이 너무 지나쳐 그 폐단이 학을 폐하는 데 이를까 염려된다. 반드시 앞장의 말씀과 같은 뒤에라야 폐단이 없을 것이다.
▷금석 : 자하는 “처를 대할 때 그녀의 현량한 인품을 존중하고 그녀의 용모를 중시하지 아니하며 ……”라고 하여 윤리와 도덕은 배움의 근본이 되고, 인간의 도리를 실천하는 것이 바로 배움의 내용이라고 말하고 있다.
▶유설 : 처음 한 구절 ‘현현역색(賢賢易色)’ 해석이 분분하다. 어진이를 어질게 여기는 것과 여색을 대하는 마음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여자의 미모를 좋아하는 마음을 인정하고 그런 마음으로 어진이를 좋아하라는 해석과 여자의 미모를 하찮게 여기고 어진이를 좋아하라는 해석, 어느 쪽이 더 적절할까? 오 씨가 걱정한 것을 고려하면, 여자의 미모를 하찮게 여기라는 쪽이 더 그럴듯하다. 아무리 도덕성이 발달했다고 해도 감각적인 것을 즐기는 마음과 도덕적인 것을 추구하는 마음을 일치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학이 08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중후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다. 학문을 하여도 또한 견고하지 못하다.
▷주주 : 겉으로 가벼운 자는 반드시(결코) 안으로 굳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중후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고 배운 바도 견고하지 못하다. 사람이 충·신하지 않으면 악을 하기가 쉽고 선을 하기는 어렵다.
▷금석 : 군자가 엄숙함이 없으면 위엄이 없고, 배우면 고루하지 않게 된다.
▶유설 : 중후함이니 엄숙함이니 하는 번역의 원문은 중(重)이다. 이를 주주는 ‘견고함’이라고 보았고, 금주는 ‘고루하다’로 보았다. 이렇게 해석이 달라진 이유는, 주주에서는 ‘엄숙함이 없으면’을 문장 끝까지 걸어서 ‘중후하지 않으면, 위엄도 없고 학문을 해도 견고하지 않다.’, 이렇게 보았고, 금석에서는 문장을 중간에 끊어서 ‘엄숙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고, 배우면 고루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진 문장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주주와 금석에서 쉼표의 위치를 잘 보아주기 바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건은, 평소 공자가 ‘배움’에 대해 어떤 입장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공자는 그 누구보다 배움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자신에게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책 묶는 끈이 여러 번 끊어질 때까지 주역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말을 남길 정도이다. 그래서 이건 금석 편!
충과 신을 주로 하고, 자기만 못한 사람을 벗하지 말고, 허물이 있거든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마라.”
▷주주 : 사람이 충·신하지 않으면 악을 하기가 쉽고 선을 하기는 어렵다. ‘꺼리다’라는 것은 두려워하고 어렵게 여기는 것이다. 자신을 다스리는 데에 용감하지 못하면 악이 날로 자란다. *정자는 ‘학문의 도는 다른 것이 아니라, 자기의 불선한 점을 알면 속히 고쳐 선을 따르는 것일 뿐이다.’라고 하였다.
▷금석 : 일을 하는 데에는 충을 다하고 신의를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삼으며, 자기와 못한 자와는 벗으로 사귀지 말아야 하고, 또 잘못이 있으면 즉시 고쳐야 한다.
▶유설 : ‘자기만 못한 자와는 사귀지 말라.’는 말은 덕행이 나보다 부족한 사람과 사귀지 말라는 것인데, 이 말을 두고 말이 많다. 그러나 친구는 나와 평등하게 교류하는 관계이므로 자기와 덕행 면에서 비슷한 사람을 사귀는 것이 맞다. 그러니 나보다 잘난 사람은 나와 안 놀아줄 거 아니냐는 항의는 이 문장에 대한 적절한 비판은 아닌 것 같다.
다만, 덕행을 너무 좁은 의미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관심사가 같은 것도 덕행이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덕행’이라는 것이 획일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것이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격려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덕행이든 관심사든 뭐라도 서로 비슷한 점이 많아야 오래 사귈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잘못을 알면 잽싸게 고치라, 이것 참 어려운 얘기다. 일단, 잘못 알기가 쉽지 않다. 안다는 것도 막연하게 아는 것인지, 절실하게 아는 것인지 층차가 크다. 이렇게 어려우니까 논어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을 것이다. 잘못을 아는 방법도 설명해 주었으면 더 좋았겠다.
*<주주금석 논어>에서 나에게 의미 있고 재미있는 문장을 골라, 그중에서 일부를 필사하면서 내 생각을 곁들이고 있다. 필사할 때 아주 살짝 윤문이 들어갈 수도 있다. 임의로 문장 부호를 추가하기도 했다. 본래 <주주금석 논어>의 본문에는 한자가 노출되어 있지만, 여기서는 가능하면 노출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경우에는 괄호로 처리할 예정이다.
*논어와 만난 사연과 주주금석 논어에 대한 소개는 ‘<주주금석 논어> 생각’ 1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