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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희 May 15. 2023

부모의  잘못을 대하는 태도

주주금석 논어생각 51

제4 리인 18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를 섬길 때는 부드럽고 공손하게 내 의견을 드리고, 부모가 내 의견을 따르지 않더라도 더욱 공경하여 어기지 말아야 하며, 괴로워도 원망하지 말아야 한다.”    

 

  ▷ 주주
 이 장은 『예기』 「내칙」과 관계가 있다. 「내칙」에 ‘부모에게 허물이 있으면 기운을 내리고 얼굴빛을 온화하게 하고 소리를 부드럽게 하여 말한다.’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공경을 더하고 효를 더해서 기뻐하시면 다시 말한다. 부모님이 죄를 지어 마을과 고을에서 죄를 얻는 것보다는 끈기 있게 의견을 말해서 잘못을 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니, 부모님이 노하고 종아리를 쳐서 피가 흐르더라도 원망하지 말고 공경과 효를 더해야 한다.     


  ▷ 금석

공자는 “자녀로서 부모님을 모실 때 부모님께서 잘못이 있으면 공손히 말할 것이다. 그리하여 자기 마음이 부모님의 명을 따르지 않는 것을 드러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섬긴다. 그리고 그 명을 어겨서는 안 된다. 이렇게 하자면 마음이 괴로울 것이나 괴로워도 원망하는 말이나 표정을 지어서는 안 된다.”라고 하여, 부모에게 의견을 말하는 태도를 가르치고 있다.      


 ▶ 유설

여기서는 ‘간하다’라는 표현이 너무 고투라서 ‘자식이 의견을 말하다.’로 바꾸었다.


주주와 금석이 약간 다른데, 주주 쪽이 오히려 더 현대적인 느낌이 든다. 주주는 부모의 잘못을 끝까지 말해서 부모가 큰 죄를 짓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하는 반면, 금석은 부모의 명이 잘못되었다는 티는 내되, 그 명을 어기지 말라고 하기 때문이다. 독자는 이것을 놓치면 안 될 것이다.     


중학교 다닐 때 엄마가 이웃집에 화투 치러 자주 놀러 다니셨다. 어느 날 집에 돌아와 보니 부엌에 물이 차 있었다. 왜 차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비가 왔으면 엄마도 알 텐데 몰랐던 걸 보면 우리 집만의 문제로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엄마는 그걸 모르고 이웃집에서 놀고 계셨다. 급한 마음에 혼자서 양동이로 물을 퍼내다가 엄마가 돌아왔을 때 그 양동이를 내동댕이치며 소리 질렀던 기억이 난다. 평소 엄마가 집에 없었던 불만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 구절을 읽으니 그때 일이 생각난다. 그러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공손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본문에서 말하는 것처럼, 부모가 법에 저촉될 만한 잘못을 저지르려 한다면? 아무리 공손히 말해도 고치지 않는다면? 그리고 내가 어른이라면?


중국 고대 순임금은 부모가 자기를 죽이려하자 집을 나갔고 나중에는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결혼했다. 그렇다고 부모를 원망하지 않았다. 어른이 되었다면 집에 남아 원망하거나 부모가 잘못하게 하느니 떠나는 게 효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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