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싶어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20대 때, 입버릇처럼 말했던 것 중 하나가 뷰티 관련으로 SNS나 유튜브를 키우겠다는 거였다. 그때가 13년도였으니 아마 그때부터 시작했다면 지금은 '뭐'라도 되어있었을 텐데, 잘하고 싶다는 이유로 시작하지 못했다. 유튜브를 해보겠다고 카메라도 샀지만, 결국은 되팔았다. n년을 가지고 있어도 내가 촬영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새 카메라에 가까웠고, 다루는 법도 몰랐다.
그냥 간단하게 시작했으면 될 일을 왜 시작도 하지 못했냐고 묻는다면, 늘 '준비가 되지 않아서'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 '준비'라는 게 평생 가능할까?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로 귀결된다. 준비하는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생각도 많아지고, 또 부족한 점이 보여 결국 시작할 수 없게 되고 그렇게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결국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10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사람이 되었다.
나에겐 블로그도, 각종 SNS도 다 마찬가지였다. 브런치를 도전했던 22년에도 꿈은 원대했지만 아무 생각 없이 도전했다 실패하고 2년을 잊고 살았다. 그 사이에 분명 다른 사람들은 '뭐'라도 해내고 결과를 만들었을 테다. 2년 뒤 아무 생각 없이 신청했던 브런치에 덜컥 작가가 되었을 때, 브런치북도 쉬이 쓰지 못했다. 또 그놈의 '잘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아마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열심히 하는 것보단 '잘' 해야 하는 사회에서 살아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창 시절 땐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했고, 결과가 없으면 보상도 없는 삶을 살아왔으니 스무 살이 넘어서도 '잘' 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취업도 '잘'해야 하고, 결혼도 '잘'해야 하고. 잘 '못'해도 되는 것은 과연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그런 마음이 나를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제일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던 건 블로그였고, 그다음이 X (구. 트위터)였다. 제일 오래,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은 결국 블로그였다. '잘'해야겠다는 생각 없이 시작했던 블로그는 잘하고 싶은 플랫폼이 되어 블로그를 하면서 블로그에 대해 공부하게 만들었고, 결국 본업이 되게 만들었다. 모두 블로그를 본업으로 하고 싶어 시작했던 일은 아니었다. 그냥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꾸준히' 했을 뿐이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아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잘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결국 꾸준히 해내는 사람이 잘하는 사람이 된다는 이 단순한 결론을 얻기까지 30년이 넘는 세월을 보냈다는 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지만, 뭐라도 하는 사람은 '뭐'라도 될 수 있다.
재취업을 하면서 다시 신입이 되어 업무 인수인계를 받을 때, 블로그 업무 관련으로 내가 모르는 건 거의 없었다. 배워야 하는 건 회사의 시스템과 실전에서 활용하는 방법 정도였고, 블로그 외 다른 분야였다. 후에 사수가 '노션만 보고도 알아서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해줬을 땐, 잃었던 자존감도 회복되는 기분이 들었었다.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일단 시작해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지속력에 있다. 하다 보면 뭐든 된다는 말은 결국, 어떤 일을 하고 있다면 좀 더 나아지는 방향에 대해 필연적으로 고민하게 되므로 나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만들어준다.
그러니 조금 부족하더라도 일단 시작해 보자. 하다가 포기하는 게 시작도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보단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