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째 같은 카페에 갔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수평선이 아름다운 카페.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노라면 나와 같이 자기만의 공간을 즐기고 있는 친구를 만난다. 낮잠을 자기도 하고, 카페에 온 손님과 놀기도 한다. 나는 선뜻 다가가지는 못해 멀찍이 보고 있기만 한다. 카페에 처음 들어오자마다 눈에 띄는 고양이. 메뉴를 시키고 짐을 다 풀자마자 자고 있는 고양이 사진을 찍었다. 늘어져 자고 있는 모습이 꼭 숙소에서의 내 모습과 닮았다.
한참 사진을 찍고 자리에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고양이가 카페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앉더라. 관심이 가고 궁금했지만 '이름이 뭐에요오옹' 이나 '아이고 귀여워라아아' 하는 낯간지러운 질문을 할 용기는 없었다. 멀찍이 보고 있던 차에 용기 있는 손님 두 분이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그분은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 같았다. 말을 걸고 장난감으로 놀아준다. 카페 주인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난 그런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다. 어떻게 처음 본 사람이랑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할까. 고양이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관심 없는 듯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고양이는 호기심이 많았다.
구석에서 가만히 앉아있는 내게 먼저 관심을 보여준 건 고양이였다. 고개를 빼꼼 내밀고 나를 쳐다봤다. 부끄럼 많은 나도 냥이의 용기에 응답해야 했다. 쥐고 있던 펜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고양이가 관심이 생겼는지 의자 위에 풀쩍 올라왔다. 똘망똘만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 귀여웠다.
5분 정도 지났을까. 고양이는 다시 자기의 자리로 돌아갔다. 마음 같아서는 쓰다듬어도 주고 막 껴안고 귀여워해주고 싶었지만, 고양이는 아직 그럴 준비는 안되어 있어 보였다. 짧은 시간 동안 소심하게 예뻐해 줄 뿐이었다. 나와 내적 친분을 쌓은 유일한 냥이.
동물을 좋아라 하지만 유대감을 쌓고 친해진 적이 없었다. 5분 사이에 저 아이가 세상에서 나랑 제일 친한 냥이가 된 것이다. 쪼꼼 보고 싶다.
"안뇽 냥이야. 건강하게 지내? 내가 너에게 안부까지 묻게 될 줄을 몰랐네. 제주에 있을 때 아주 잠깐 만난 사이지만 난 네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자는 모습도 귀여웠고 잠깐이지만 조용한 내게 와서 장난도 치고 했잖아. 헤헤. 생각도 많고 머리가 복잡했는데 너로 인해 소소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어. 몇 개월이 지난 오늘까지도 널 떠올리면서 그때를 추억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조만간 시국이 조금 나아지면 제주도에 가게 될 수도 있을 거야. 그럼 그때 또 볼 수 있길! 그 때는 꼭 이름을 물어볼게" 그러고보니 이름을 몰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