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Feb 10. 2025

세상의 모서리 구부정하게 커버린 골칫거리 outsider

아이유의 Celebrity 노래 가사다. 이 노래를 들으면 문득 고등학생 시절이 떠오른다. 내 인생에서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시기. 반 친구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아웃사이더’로 불리던 때다.

재미있는 건, 아웃사이더에게도 무리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완전히 고독한 존재는 아니었다. 같은 위치에 선 아이들끼리 서로를 알아보았고, 우린 나름대로 같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 시간도 그리 길진 않았지만 말이다.

내가 교우 관계라는 걸 처음 시작한 때는 아마도 초등학교 4학년때가 아닐까? 나는 태선이라는 친구를 만났다. 학년마다 반이 하나뿐인 작은 시골 학교에서, 우린 공통 관심사로 친구가 되었다. 게임을 하면서 서로의 집을 오가고, 별명을 지어 부르며 장난도 치며 함께 자전거를 타고 붙어 다녔다. 반에서도 알아주는 단짝 친구였는데 그 관계가 영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우리는 점점 멀어졌다. 나는 사춘기가 찾아왔고, 이유도 없이 짜증이 많아지며 스스로를 통제하기 어려웠다. 그 짜증이 친구인 태선이에게도 향했다. 돌이켜 보면 별것 아닌 일들이었지만, 어린 나는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렇게 제일 가까웠던 친구가 서서히 멀어졌고, 그 뒤로 깊은 친구 관계는 없었다.

그 후 고등학생이 되고 시골에서만 자랐던 나는 처음으로 낯선 환경에 놓였다. 그전까지는 같은 동네에서 어린이집 부터 유치원, 초등학생, 중학생 때까지 함께 자라온 친구들이라 따로 친해져야 한다는 개념이 없었는데, 그런 친구들이 없는 타지에서 등교하게 되었고, 첫 OT 모임부터 주먹 좀 쓴다는 친구들 기세에 눌려 조용한 학생이 되었다.

반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있었다. 주도권을 쥔 아이들, 누구와도 쉽게 어울리는 아이들, 그리고 나처럼 조용히 존재하는 아이들. 나는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존재도 그렇다고 아에 없는 존재도 아닌 어느 지점에 있었다.

그러다 2학년이 되면서 같이 지내던 아웃사이더 무리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원래 함께하던 무리가 둘로 나뉘었고, 그중 어디에도 나의 자리는 없었다. 점심시간을 혼자 보낼까 조마조마 했던 기억이 난다. 혼자 식당에서 처량하게 점심을 먹는 것 만큼 애처로운 건 없을 것 같았다.

그런 나에게 주말의 종교활동은 삶의 중심과도 같았다. 평일에는 존재감 없이 지내다가도, 교회에 가면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이 있었다. 평일 내내 쌓인 외로움을 그곳에서 비로소 풀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직접적으로 나를 따돌린 건 아니었다. 그렇다기 보다는 나 스스로 어울리지 못한 영향도 있다. 나는 누군가와 교류하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어떤 무리에 속하기 위해선 그들만의 규칙을 이해하고 따라야 하는데, 나는 그런 것에 서툴렀다. 그럼에도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용기조차 없었다. 어차피 수능이 전부인 때라, 시험 공부를 하는 게 전부인 그런 생활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했을 때, 첫 OT에 가야 할지 망설였다. 술을 마셔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종교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모르는 사람들과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결국 적당한 핑계를 대고 참석하지 않았다.

그리고 맞이한 개강 첫날. 강의실에 들어서자 이미 서로 친해진 듯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OT에서 함께 어울린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웃고 있었다. 나는 어딘가 어색한 기분으로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강의가 끝난 후, 옆자리 학생을 슬쩍 바라보다가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