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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by 우승리

어른이란 무엇일까.

어릴 적 내가 생각한 어른은, 모든 게 뜻대로 되고 모든 것에 능숙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살아보니, 세상은 한순간도 예측할 수 없었다.

선택해야 할 일은 늘 쌓여 있고, 책임은 어깨 위에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내 마음대로 굴러가지 않는 세상 앞에서, 나는 자주 작아졌다.


어렸을 때는 어른이 되면 자유로울 줄 알았다.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성인이 된 내 삶은 그저 서툴렀고, 어른스럽지 않았다.


투정부릴 곳도, 울어버리면 달래줄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도 모두가 자기 삶을 묵묵히 버텨내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아릿했다.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절절한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을까?


예전엔 나만 중요했고, 타인의 삶엔 별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을 지나며 알게 된다.

나 아닌 사람들 역시 각자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음을.

그 사실이 마음을 애잔하게 흔든다.


우리네 삶은 참 고르지 않다.

오르락내리락, 엎치락뒤치락.

삶이라는 길은 애초에 평평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살아가려 할까.

때때로 찾아오는 작은 기쁨, 순간의 웃음.

그 소소한 불빛에 기대어 하루를 버티고, 다시 걸어가는 게 아닐까.


어른이 된다는 건, 완벽한 답을 찾아내는 게 아니라

불완전한 삶을 끝까지 살아내겠다는 다짐인지도 모른다.


여전히 두렵고, 여전히 서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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