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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승리 Jun 07. 2017

카카오의 O2O를 향한 도전, 시작인가 끝인가?

'카카오는 플랫폼인가?' 라는 물음은 카카오가 야심차게 도전했던 O2O 서비스를 보며 생겼던 질문이다. 플랫폼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짧게나마 내 생각을 표현 하면 '잘 준비한 텃밭'이라고 말하고 싶다. 플랫폼은 그 자체가 서비스가 되는 것이 아니다. 플랫폼은 서비스를 품어주는 인큐베이터다. 그 속에서 어떤 것이 태어날지 모르지만, 잘 자랄 수 있도록 품어주고 양분을 주어 마침내 열매를 맺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O2O에 도전하는 카카오의 지난 행보는 거대 플랫폼이 되리라는 내 예상과 달랐다. 다음과 합병하여 O2O 서비스에 진취적으로 도전하는 카카오를 보며 "마침내 국내에도 뛰어난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가 탄생하겠구나." 기대했는데, 카카오는 기대와 달리  고전을 면치 못 했다.

왜 고전했나?

카카오는 '카카오택시'를 시작으로 O2O 서비스에 매우 의미있는 발자국을 남겼다. 소비자에게 유용하고 서비스 제공자에게도 유용한 상생 가능한 서비스이다. 이 후, O2O 서비스에 자신감이 붙은 카카오는 연이어 '카카오헤어샵',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홈클린' 등을 준비했지만 출시 후 큰 기대에 못 미치는 서비스도 있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서비스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부진이 기술적인 애로사항과 법리적 다툼 때문만이었을까? 내 견해로는 카카오가 플랫폼 이상의 것을 욕심내었고 플랫폼 본연의 기능을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 한 탓이라 본다.

플랫폼 이상의 것?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되기 전, 큰 매출을 보이던 분야가 '카카오게임'이다. 모바일 게임 열풍이 불 당시 'for 카카오'는 흥행보증 수표나 마찬가지였다.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으로 수수료를 받으며 급격한 매출 향상을 달성했다. 앞선 성공 경험 때문일까? 카카오는 새로운 O2O 서비스를 만드는데도 '수수료'에 집착한 모습을 보였다. 즉, 카카오가 메신저 이상의 큰 그릇이 되어야 하는데 카카오 메신저 version 2와 같은 새로운 모바일 서비스를 만든 것이다. 그래서인지 카카오를 사용하는 많은 사용자가 있지만 새로운 서비스로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았다.

카카오의 O2O 서비스, 끝인가? 시작인가?

그런 상상을 해보았다. IoT가 모든 사물을 이어주는 것 처럼 O2O 역시 Online에 모든 Offline을 묶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한다고 했을 때 들었던 상상이다. 카카오 플랫폼으로 서로 소통하는 O2O 서비스. 내가 자주 듣던 노래가 O2O 서비스로 예약한 미용실에서 흘러나오고, 점심을 먹으러 갔던 식당에서 굳이 카드를 꺼내지 않고 자동으로 카카오 플랫폼에서 결제가 되고,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던 중에 내 베스트 노래가 흘러 나오고 아침에 쇼핑하려고 보았던 제품이 현재 근처에서 특가로 판매중인 것을 알려준다. '카카오드라이버'와 '카카오택시'는 카카오 플랫폼의 움직이는 광고 플랫폼이 되고 멜론은 사용자 취향에 맞게 분위기 메이킹을 해주며 가수 홍보의 장이 된다. 그리고 내 다양한 취향은 내가 공개한 범위에 맞게 여러 카카오 이용자들에게 공개되고 서로 엮어 가며 새로운 커뮤니티를 활성화 할 수 있고, 정보 교류가 가능해진다.

O2O는 탄탄한 플랫폼으로 부터

카카오가 O2O 서비스를 위해 진취적으로 모바일로 전향한 방법은 현재로선 살짝 어긋난 방법이었던 것 같다. O2O의 겉모습이 단일 서비스의 모습을 보이지만 단일 서비스적 모습은 장기간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다. 그리고 단기간에 만들어진 서비스는 쉽게 다른 서비스로부터 잠식당할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에 기반한 O2O 서비스는 단일 서비스로 끝나지 않는다. 축적된 데이터와 사용자 경험 그리고 많은 사용자 네트워크가 모여,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실 이러한 면에서 네이버의 플랫폼 전략이 참 얄밉기도 하고 똑똑하기도 하다. 네이버는 O2O와 모바일 서비스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초기 제작되었던 서비스들은 기존에 네이버가 제공하던 서비스를 모바일로 옮기는 작업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네이버가 만드는 플랫폼 분야는 점점 다양한 영역에 적용 가능하도록 진화했다. 만일 네이버가 O2O 서비스는 직접 만들지 않으면서 네이버 아이디와 네이버가 제공하는 플랫폼 기반 API들을 오픈하여 서비스 제작자들에게 내놓는다면 네이버는 참 영악하다고 할 수 있다. 서비스에 투자되는 비용은 줄이고 네이버 플랫폼의 활용성은 극대화하여 더욱 더 네이버의 가치를 확장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사실 카카오가 네이버 같은 위치에 놓이길 바랐지만, 자본 여유와 인프라 차이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카카오가 뿌린 씨앗은  아직 남아있다. 카카오는 적극적인 투자로 여러 회사를 자회사로 두었다. 카카오가 과연 어떤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 큰 그림에 플랫폼이 존재하길 바라는 바다. 카카오가 메신저를 뛰어넘으려면 그 자체가 사용자의 생활이 되어야한다. 카카오로 시작해서 카카오로 마감하는 일상을 그려야 메신저를 뛰어 넘을 것이다. 그렇게 일상으로 파고드는 플랫폼에 기반한 O2O를 만든다면, O2O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지평을 여는 시작이 될 것이다. 

블로그링크 : http://vlee.kr/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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