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4. 내가 벌써 중3이라고?
나 그렇게 선배 아닌데.
그리 믿기지는 않는다. 내가 벌써 중3이라니. 이 학교에서 제일 선배라니.
이제 다사다난했던 1학년과 2학년을 보내고 중학교의 마지막 관문인 3학년을 맞이할 차례다.
친구와 대화를 나눈다.
- 우리 벌써 3학년이나 됐어.
- 그래봤자 정신연령은 1학년보다 못해.
끄덕이며 수긍한다.
어느 때보다 익숙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3학년 교실을 마주했다. 그새 익숙해진 교실 풍경에 조금이나마 안정이 된다. 주위를 둘러보며 친구들을 살핀다. 이것도 삼 년 동안 해 왔으니 더 새롭지는 않다.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각 과목 선생님들이 수업을 진행하셨다.
이쯤 되니 매년 반복되는 이 풍경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도 같았다. 죽고 죽어도 매번 똑같은 시간으로 돌아오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그렇지만 같은 상황을 세 번째 겪고 있다고 해도 전혀 지루하거나 밋밋하다고 할 수 없었다. 비록 상황은 같지만, 그 상황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매번 바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새롭고 예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급격한 변화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세상이 날 그렇게 두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태어난 김에 그렇게 살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