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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하루 Aug 04. 2024

Ep 2. 어느덧 중학생 (2) - 1

그로부터 조금 지난 후의 이야기


 첫 1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고, 눈을 잠깐 감았다 떴을 뿐인데 난 조금은 익숙해진 교복을 입고  교실에 앉아 있었다. 




 첫날 일찍 등교해 먼저 온 아이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그중 마음이 잘 맞는 친구가 여럿 있었다. 물론 1학년 때 친구들과도 가깝게 지냈다. 새 인연과 조금 낡은 인연이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 두 부류를 따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굳이 모든 친구들과 친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내게는 그 셋으로 충분한데.


-라는 생각으로 깊은 이야기를 나눌 친구는 새로 사귀지 않았다. 내 의지였는지, 운명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옛 친구들이 더 편안하고 좋아서였을까.

 

 2학년으로 진학하면서 친구 무리와는 같은 반이 되지 못했다. 대신 매 쉬는 시간마다 복도의 북적이는 인파를 뚫고 어렵사리 만나곤 했다. 약속한 적도 없는데 정해진 장소로 모이는 걸 보면 조금 신기하다. 엄마가 내 나이였을 때, 말 한마디 없이도 모여 놀던 시절이 있었다던데.




 중학교 2학년이 되고 직면한 것은, 학기에 두 번 보는 정기고사와 수행평가였다. 더불어 자유롭던 1학년 교실의 분위기와는 확실히 다른 공기가 맴돌았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무거움이라고나 할까.


달라진 교실에 적응하자마자 코앞까지 다가온 중간고사. 첫 시험, 네 과목을 어떤 방식으로 공부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노트북을 켜고 한글 프로그램에 들어가 표를 생성하려다 곧 그만두었다. 대신 이면지에 어설프게 공부 계획표를 그렸다.


처음 써 보는 스터티 플래너, 서점에서 표지만 대충 훑어보았던 교재를 구입했다. 나도 이걸 해야 하는 시기가 오는구나. 그저 막연한 미래일 줄만 알았는데, 기분이 묘했다.


 시험일까지 남은 디-데이는 가까워졌고 나름대로 준비한 것들을 보여주리라는 마음가짐으로 시험을 봤다. 결과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물론 생각했던 점수가 나오지 않았던 과목도,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지만 '시험이 끝났다'는 사실이 그것들을 모두 묻을 만큼 날 들뜨게 만들었기에,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매 시험마다 난 최선을 다했고, 그 사실이 내 마음을 더 가볍게 만들었으니 미련 없는 2학년을 보냈음을 스스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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