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정류장에서 십칠 번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렸었지. 어찌어찌 반에 들어서서 분위기를 살피고, 선생님 눈에 띄지 않을 적당한 자리를 골라 앉았다. 어색한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는 뒷자리 친구가 내게 말을 걸어주었고, 그때 첫 친구가 생겼다.
5월 초, 반 친구들과는 어느 정도 안면을 튼 시기였다. 두 명의 친구들과 더 친해져 네 명이서 소위 친구 무리를 만들었다. 우리 넷은 꾸미기에 관심이 많은 것도, 굉장히 시끄러운 것도 아니었기에 짐작하건데 주변 친구들에게는 그저 '조용한 친구들 무리'로만 보였을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쉬는 시간마다 모여 꽤 많은 얘기를 나눴다. 소소한 일상부터, 심각한 고민거리까지.14살 여학생들의고민이래 봤자 같은 반 남자아이들의 괴상한 행동이나 선생님의 지루한 수업 이야기가 주를 이뤘겠다.
삼 년간의 중학교 생활 중 어찌 보면 가장 스펙타클했던 시기였다.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1학년 6반이최고 문제아 반으로 낙인찍혔으니 말이다. 이 사실은 다른 반 친구가 말해주었다. 너희 반 괜찮은 거냐고. 하루가 멀다 하고 수업시간에 심하게 떠들거나 엎드려 자는 아이들이 넘쳤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가정 교과를 맡은 담임 선생님은 6반 아이들을 사랑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반 아이들의 싸움을 그냥 묻어두기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덕분에 6반 선생님은 내게 좋은 어른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