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회의 만들기_13
T3(target, time, those)
토론이 잘 되었다고 해서 회의가 잘 되었다고 할 수 없다. 진짜 회의는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끝나는 시점이 분명하다. 결정을 내리면 더는 만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자주 만나서 의견을 나누고 협의해야 한다. 따라서 '이런 결정이 내려지면 회의는 끝입니다.'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회의라 할 수 있다. 회의가 끝났는데도 무엇을 누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호함이 남았다면 그것은 회의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합의 내용을 요약하고 후속 조치를 위한 날짜와 시간을 정하는 것으로 회의를 종료한다. 후속 조치는 다음 사항들을 포함하도록 한다.
회의록은 날 것 그대로 공유하고 실행계획서를 간단하게 작성, 배포한다.
회의의 결정사항을 관련자들과 공유한다.
해결되지 않은 이슈를 찾아낸다.
특정일에 다시 회의를 개최한다.
합의 내용과 후속 조치를 요약할 때는 구체적인 행동의 형태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 회의장을 떠날 때 참가자들은 명확히 누가 무엇을 어떻게 수행할 것이며 언제까지 그 일이 끝나야 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회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OO와 OO를 언제까지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OO부분은 김대리께서 ~~처리하는 것으로 합의하였습니다. 맞죠? 이번 수요일 오후 14시에 다시 회의해서 우리가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한 잠재적 문제점을 토론하도록 합시다. 좋습니까?”
위와 같은 요약은 회의 도중 했던 말의 반복이기는 하지만, 이는 오해를 발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며 결말이 흐려지는 것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행위이다. 아울러, 참가자들에게 회의에 참가한 점에 감사하다는 말을 함으로써 회의를 긍정적인 분위기로 끝내도록 한다. 시간을 할애해 준 것과 회의에 이바지한 사실 등을 언급한다면 그들의 책임의지를 높일 수 있다.
회의록은 실록이 아니다. 생생한 날 것(RAW DATA)으로 공유하자
우리나라는 기록의 문화를 가진 나라임이 분명하다. 실록은 사후 기록되는 것이다. 실록의 목적은 선대의 업적과 잘못을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후대가 이를 본받거나 타산지석으로 삼기 위해서이다. 이런 기록 문화를 본받은 것인지, 본받지 못한 것인지 우리의 회의록 작성 풍경을 보면 사후 작성/보고하는 경우가 많다.
회의하고 나면 회의록을 언제 공유할까? 필자가 수행했던 프로젝트의 결과에 의하면 회의 시작 후 12시간 ~ 24시간 이내가 65% 이상이었다. 세부적으로 12시간에서 18시간이 42%, 18시간에서 24시간이 23%로 나타났다. 물론 그 시간 동안 회의록을 수정하는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작업하는 시간은 중요도(여기서 중요도는 누구까지 보고하는가를 의미함)에 따라 다르지만 약 1.5시간 정도가 나왔다. 과연 이것이 생산적인 일인가? 당신이 리더라면 이런 효율적이지 않은 활동을 제거해줘야 한다.
회의 중에 녹취하고 기록하고 다시 이 내용을 정리하는 행위는 소모적이지 않은가? 심지어 이것을 보고서로 만들어서 결재까지 받고 있다. 과거에는 결재방이라는 도장이 있었다. 필자가 본 가장 큰 결재방은 사원부터 시작해서 대리-과장-차장-부장-이사-상무-전무-부사장-사장-회장까지 이어지는 11개의 보고 단계가 그대로 표로 그려져 있는 것이었다. 회의록에 이 도장을 찍어서 보고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직제도 변하고 전자결재 시스템도 생겨서 조금 간편해지긴 했다. 그러나 여전히 회의록을 작성하여 보고 하는 조직이 많다.
회의록을 작성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회의 내용에 대한 단순한 기록일 뿐이다. 현장에서 나온 그대로 정리해서 공유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왜 이 단순한 행동이 되지 않는 것일까. 회의에서 말하는 사람과 이것을 기록하는 행위가 따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로 서기 역할을 하는 사람이 노트북을 가지고 줄기차게 자판을 두드린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내용을 볼 수가 없다. 물론 좋은 환경을 구축한 회사의 경우에는 빔프로젝터 두 개를 두어서 한쪽에는 주제와 관련한 내용을 보여주고, 다른 한쪽에는 실시간으로 작성한 내용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경우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서기가 작성하는 내용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다시 정리할 수밖에 없다.
말하는 대로 적고 적는 것을 같이 보면 좋다. 필자는 화이트보드의 적극적 활용을 권장한다. 화이트보드에 논의를 기록하게 되면 과정의 공유와 대등한 참여가 이루어진다. 화이트보드를 사용하면 논의 내용과 합의에 대한 이해도와 수용성을 높이고, 서로의 다른 생각에 대한 공감대를 높일 수 있다. 화이트보드에 적은 것을 사진을 찍어서 공유하면 그만이다. 물론 여기에 어떤 내용을 적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긴 하다. 이때 적는 항목은 주로 목표, 논의 주제, 결정사항, 앞으로 활동 등에 대한 내용이다.
회의록의 결과로서의 목적은 기록일 수는 있으나 회의록의 과정상 목적은 이해와 합의된 내용에 대한 신속한 공유와 실행이다. 그렇기에 현장에서 바로 사진 찍어서 공유하도록 한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이것을 다시 표로 만들고 정리할 시간에 조금 더 생산적인 일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당신이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만드는 사이에 경쟁자는 전혀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구성원들을 회의록을 작성하는 소모적인 일에 놓아두지 마라. 실제 필자가 회의록은 별도 작성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면 대부분의 리더는 그건 안된다고 한다. 그러나 몇 번 적용해본 이후로는 오히려 더 편하고 실제적 내용이 전달되어 더 좋다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회의록보다 더 중요한 실행계획서를 회의 내에 확정하고 바로 공유하자
실행계획서는 아젠다 설정과 함께 회의의 핵심이다. 실행계획이 포함되지 않은 회의의 단순 기록은 어떤 실행도 장담하기 어렵게 한다. 실행계획서에는 무엇, 누구, 언제라는 세 가지 요소가 포함되어야 한다.
회의를 통해 얻은 구체적인 결정과 성과는 무엇이며, 회의 결과로 수행할 필요가 있는 과제는 무엇인가? 이러한 과제에 대한 책임은 누가 맡는가? 회의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다른 참가자들의 눈앞에서 특정한 실행조치를 취하기로 약속했다면, 그들의 과제를 완수할 가능성은 더 높을 것이다.
과제는 언제까지 완료해야 하는가? 참가자들에게 약속한 일정에 대해 현실감각을 유지하도록 하면, 과제를 실제로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참고] 회의 실행계획서(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