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조직문화 만들기 프로젝트
많이 직설적이고 거친 제목으로 글을 시작한다. 최근 높아지는 신입사원 1년차 이내 퇴직율과 관련한 조사결과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신입사원 채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7.7%로 2년 전 25.2%보다 2.5%포인트 올랐다고 밝혔다. 신입사원들이 1년 내 퇴사하는 시기를 보면 입사 9∼12개월 퇴사율이 높았다.ᅠ신입사원이 1년 안에 회사를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49.1%가 '조직/직무 적응 실패'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ᅠ필자는 가끔 강의할 때 '퇴사자는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리더를 떠나는 것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제발 후배들에게 잘해주라고 말한다. 그래서 인지 최근 조직의 중간관리자들은 죽어난다. 이래저래 다양한 시도를 하고(심지어 신입사원의 부모까지 만나 설득한다면 사람도 만나봤다.), 후배들을 어르고 달래고 한다. 임원들은 임원들대로 똑바로 못한다고 닦달하지, 후배들은 후배들대로 말이 안 통하지, 가끔 만나게 되는 외부전문가들은 필자와 같이 그러니까 당신이 잘 해야 한다고 한다. 참 피곤하다. 많이 외롭고 힘들다. 자 이제 질문을 해보자. 과연 중간관리자 또는 리더가 부드러워지면 조금 더 잘 챙겨주면 그 문제가 해결되는가?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벌써 좋아졌어야 한다.
ᅠ얼마 전 대기업 H사에 다니는 친구의 부탁으로 그 회사에 다니는 후배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최근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본인이 선택한 회사이고, 직무수행도 잘 하고 있는데, 몰입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람이나 관계 때문에 힘든 것 같기도 한데 딱히 큰 갈등이 있거나 문제가 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냥 이상하게 회사에만 가면 답답하고 본인의 평소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상사나 동료 누구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모두 대기업에 입사할 정도의 스펙을 가진 사람들이며, 일도 잘하고 성과도 잘 내는 사람들이다. 심지어 개별적으로 대화를 해보면 모두 현명하고, 개방이며, 수평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집단으로 함께하게 되면 심각할만큼 무능해보이고, 서로 답답함만 느끼지 아무런 변화도 없다.
ᅠ사실 조직의 구성원들 중 문제가 될만한 사람은 없다. 아니 정확히는 많지 않다. 본인 조직의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라. 회사의 구성원들이 처음부터 똑똑하지 않은 사람인가. 사실 지원자 중에 최고의 인재를 선발했을 것이다. 물론 어떤 경우네는 요즘 지원자가 변변치 않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면 당신의 회사가, 당신의 조직이, 당신이 변변한지 먼저 생각해보기 바란다. 회사이든 개인이든의 변변함을 떠나 조직은 지원자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을 뽑는다. 그렇다면 문제는 사람 아니다. 우리는 가장 현명한 사람, 가장 똑똑한 사람, 가장 열의에 찬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문화에 있는 것이다. 물론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도 사람이니 결국 사람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도 집단의 일원일 때는 그 현명함을 발현하지 못하니 문화가 더 큰 문제인 것이다. 문화는 지금 있는 사람이 모두 나가고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져도 그 모습을 유지한다. 그만큼 우리라는 집단에 뿌리깊게 내려 있는 것이다. 조직문화는 역사이고 철학이며,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여온 것이다. 이것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차근차근 시간을 두고 천천히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조직은 문화의 개선을 넘어 혁신해야 한다는 슬로건하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야근을 줄이기 위한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야근을 하고, 혁신을 명목으로 불필요한 활동을 하여 사람들을 더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문화를 바꾸는 것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 않아야 할 것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제발 문화를 바꾸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지 말기 바란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 조직으로부터 멀어질 수도 있다. 폐기해야 할 것을 찾고 그냥 폐기하기 바란다. 안해도 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면 보고서 없이, 회의 없이 그냥 제거하면 된다. 바로 지금이다.
최익성(경영학 박사) 플랜비디자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