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회의 만들기_03
이번 장부터 다루는 내용은 필자가 수행했던 회의문화 혁신 프로젝트의 실제 사례이다. 본 내용은 회의문화 혁신 담당자 또는 변화 추진자들에게는 중요한 내용이 될 수 있으나 일반 독자는 생략해도 무방한 내용이다. 다만 뒷부분에 저자가 강조하는 내용의 배경이 되고 있으니 읽어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회의문화 혁신의 프로젝트는 프로젝트 개요(Project Overview)를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의 목적과 목표를 명확히 할 뿐 아니라, 예상효과와 구체적 산출물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필자가 수행한 프로젝트는 CEO와 임원이 주관하는 정기회의체 및 분과회의체를 대상으로 회의문화를 혁신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프로젝트의 목적은 ‘효율적 회의문화 구축을 통한 경영 효율성(efficiency)과 효과성(effectiveness) 제고’이며, 목표는 현상의 문제점 및 세부 원인 파악을 통한 개선 전략 도출이었다.
당시 필자가 던졌던 질문은 크게 두 가지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회의가 되기 위해 무엇이 변해야 할 것인가?’와 ‘명확한 결론(실행 계획)이 나오는 회의가 되기 위해 무엇이 변해야 할 것인가?’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은 문제발견(Discovery), 대안설계(Design), 대안실행(Doing)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회의문화 진단 보고서와 회의문화 혁신 설계서라는 구체적 산출물을 제시할 계획이었다. 본 저서에서는 산출물의 내용 가운데 고객사(Client)의 내부 정보 및 개인의 신상과 관련한 내용을 제외하였다.
회의결행
필자는 진짜 회의를 의견 교환이 많고 실행과 성과가 있어야 하는 '회의결행'이라 부른다. 이러한 회의결행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현재의 가짜 회의가 벌어지는 현장에서 문제를 파악하여 이를 진짜 회의로 바꾸는 체계적인 이행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프로젝트의 문제 해결 과정을 [그림 2]과 같이 ①현상 이슈 도출의 Discovery 단계 ②전략을 설계하는 Design 단계 ③전략을 중심으로 실제 코칭과 교육을 통해 적용하고 최종 보완점을 모색하는 Doing의 3단계 프로세스로 풀어갔다. 단계별 주요활동과 산출물에 대한 정보는 [그림 2]의 세부내용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회의문화 혁신 프로젝트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업의 특성과 내부 전문 용어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간을 투자하고 학습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과제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적인 어려움은 너무 잦은 변화의 시도에 따른 ‘혁신 피로증’이었다. 이 책의 독자들이 속한 조직에서도 한 번 이상 여러 가지 방식으로 회의를 개선하려는 실험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실패와 좌절도 겪었을 것이다. 그만큼 회의는 누가 봐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분명한 영역이지만 그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 조직의 고질적인 문제 영역에 속한다.
필자가 사례로 소개하는 고객사 역시 젊은 회사를 지향하는 기업 문화 가지고 추구하다보니 다양한 변화관리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었다. 고객사는 이미 5년 전 유사한 컨설팅과 교육을 통해 회의문화 혁신활동을 경험했으며, 매년 주기적으로 개선을 위한 노력을 시행하고 있었다.
회의의 방법, 시간, 횟수 등의 조정과 함께 팀별 1개의 화이트보드 지급, 회의 공간 확보 및 연출 등 회의 인프라(Infrastructure) 측면에서 다양한 개선 활동과 회의 프로세스 정립, 교육 활동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회의문화 전반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며 더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 프로그램이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성공 또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밤중에 걸려온 전화에서 담당자가 요청한 '모니터링 후 피드백' 수준으로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질문이 ‘도대체 회의는 무엇인가? 회의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였으며, 이를 통해 진짜 회의를 회의결행으로, 가짜 회의를 일곱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더 중요한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되었다. 가짜 회의를 진짜 회의로 만들기 위해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인가? 질문은 여섯 가지로 정리되었다.
고객사는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가? 폐기해야 할 문화는 어떤 것인가?
고객사의 의사소통 풍토(Communication Climate)는 어떠한가?
고객사의 리더역량(Leadership과 Communication을 중심으로)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구성원(회의 참석자)들의 역량 중 보완해야 할 영역은 없는가?
회의 전·중·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어디이며,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 것인가?
효율적 회의를 위한 필요한 인프라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의 공통 요소를 추출하여 [그림 3]의 좌측 영역과 같은 네 가지 차원의 검토 영역으로 재구성하였다. 또한, 네 가지 차원의 검토 영역을 애드가 샤인(Edgar Schein) 교수의 조직문화 3단계 모델에 적용하여 고객사 회의문화 혁신의 새로운 틀(framework)로 제시할 수 있었다. 이러한 모든 과정들이 회의를 하나의 기법으로 개선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문화 혁신 차원에서 접근하는 노력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