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이 저한테는 농담이 아니에요.

농담을 가장한 희롱의 가해자.

by For reira

친구 또는 친한 사이의 사람끼리 농담을 하는 일은 흔하다. 그러나 친하지 않은 사람에는 누구도 쉽게 농담을 건네지 않는다. 친하지 않거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함부로 농담을 건네거나 장난을 치면 상대가 무례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즉 누군가와 농담을 주고받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거리가 정말 중요하다.


회사 내에서는 서로서로 거리가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내가 불편할 때 상대도 불편하게 느끼고 내가 친하다고 느낄 때 상대도 나를 친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회사 내에서는 서로서로 느끼는 거리감이 다를 때가 많다. 회사 내에서 느끼는 거리감은 직급이나 이해관계 등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사내에서 같은 직급의 사람이나 동등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조심하면서 다가가고, 서로가 충분히 친하다고 생각할 때 조금씩 거리를 허문다. 회사에서는 매일 얼굴을 봐야 하기 때문에 서로 기분이 상하는 일이 발생하면 앞으로 일을 할 때 불편해 지기 때문에 자신의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 어떻게 느껴질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고 좀 더 신중히 행동하게 된다. 그러나 직급이 상대보다 높거나 이해관계에서 갑의 위치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조심을 덜하게 된다. 자신이 어느 정도 편하게 행동해도 상대가 좀 더 눈치를 보거나 맞춰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하더라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면서 남에게 쉽게 기분 나쁜 말을 하는 상사들이 있을 때 발생한다.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상대를 평가하거나 비하하는 발언을 하거나 비교하는 발언을 한다. 뿐만 아니라 희롱에 가까운 농담을 던지면서도 그 말이 상대에게 얼마나 기분이 나쁠지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문제 삼으면 '나쁜 뜻이 아니다' 또는 '친해서 하는 농담일 뿐이다'라는 말로 일관한다. 상대의 기분과 상관없이 자신의 발언을 문제 삼은 직원을 예민하고 유별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회사에서 가장 흔하게 벌어지는 불쾌한 일중 하나가 바로 희롱이다. 대부분 쉽게 남을 희롱하는 말을 하는 사람은 처음 말을 던질 때 '누가 봐도 선을 넘었다'라고 판단되는 말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오늘 옷 이쁘네. 어디 가나 봐?' 혹은 '요새 살이 좀 쪘어?' 같이 애매모호한 선에서 상대의 기분을 상하는 말을 던지고, 상대가 불쾌감을 표시할 경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애매모한 희롱은 마치 상대를 칭찬하는 듯한 평가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들은 더더욱 '좋은 뜻이다'라고 우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말들을 '애매모호'하다고 그냥 넘어가게 되면 오히려 그 수위는 점점 높아지게 된다.


함께 일하던 타 부서의 동료가 어느 날 내가 일하는 부서를 찾아왔다. 팀원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희롱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 회사는 유난히 상사 또는 동료에게서 희롱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이 워낙 빈번하게 발생되어서 인지 이런 문제들이 공론화되지 못했고, 다만 다들 서로서로 불쾌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런 상황을 만드는 가해자를 피하려는 노력을 했다.


우리 부서의 동료 중 한 명은 상사에게 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 보고를 들어가면 상사가 '오늘 옷 이쁘네. 내 스타일이야'라는 말과 함께 한 바퀴만 돌아보라고 요청을 했다. 그 외에도 휴가를 쓰기 위해 결재를 받으러 가면 '오늘 애인과 좋은 데 가나 봐' 같은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이 사람은 그 말을 듣는 즉시 기분이 나쁘다는 의사를 표현했지만, 상사는 '나쁜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자신의 말을 오해한다며 오히려 서운하다고 반응했다고 했다.


타 팀의 동료직원은 오히려 같은 팀원들에게 자주 희롱을 당했다고 했다. 팀원들은 휴가를 쓰게 되면 어디를 누구와 가냐고 캐묻고, 휴가가 끝나고 돌아오면 '왠지 마른 것 같다'면서 킬킬 거리기도 했으며, 운동을 시작하면 '운동해서 그런지 엉덩이가 탄탄하다'라는 식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말을 몇몇 사람들이 다른 팀원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할뿐더러, 그런 이야기를 다들 웃으면서 넘기는 분위기가 팀 내에 형성이 되어있다는 점이 이였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던지면서 가해자들은 그저 친한 사람끼리의 '농담'으로 치부한다. 듣는 사람이 기분이 나쁠지에 대한 것은 안중에 두지 않으며 오히려 상대를 '농담을 받지 못하는 빡빡한 사람'으로 대한다.


위의 이야기들에 나오는 가해자들은 성별과 연령대가 전부 달랐다. 그리고 늘 그런 "농담"을 하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 꼭 이성끼리만, 혹은 나이 든 사람만 가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동성끼리, 나이가 어린 사람들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즉 가해자가 되는 사람들은 성별이나 나이와 상관없이 남을 배려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말을 내뱉는 사람일 뿐이다.


사내에서 저런 이상한 말들을 농담으로 치부하는 문화가 있다고 해서 기분 나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누군가가 애매한 말장난을 시작할 때 묵인하고 넘어가게 되면 그 사람은 점점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게 되고 결국은 누가 들어도 기분 나쁠 만한 이야기를 하고도 장난이라고 넘어가려고 하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가해자들이 누군가에게 지적을 받았을 때, 당장 보이는 반응은 적반하장 이어도 그다음에는 다시 조금씩 조심을 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즉 예민한 사람으로 취급을 당하더라도 자꾸 지적을 하고 하지 말라고 요청을 해야 기분 나쁜 상황을 더 안 당할 수 있게 된다.


애초에 친하다고 생각하면 상대의 기분을 더 배려해서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며, 일하는 장소인 회사에서 지나치게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가해자들은 대부분 그런 생각을 안 하다는 점. 누군가 나에게 칭찬을 빙자한 평가를 하거나 지나치게 개인적이라고 생각되는 이야기를 한다면 과감하게 거절하자. 회사에서 일 외에 칭찬 들어야 할 일이 또 뭐가 있다고. 나는 시답잖은 농담이나 개인적인 칭찬은 듣고 싶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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