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잘 지낼 수 있을까.

결혼 준비의 시작.

by For reira

언제부터인가 결혼이라는 것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었다. 무조건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혼을 하던 시절은 끝나고, 이제는 좀 더 편하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비혼을 선언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누군가와 결혼생활을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서로 동의한 순간부터 연인들의 마음은 조금씩 바뀌어간다. 그전에는 상대의 애인으로서의 역할과 각자의 삶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면, 결혼을 마음먹고 나면 조금 더 '함께'를 생각하게 된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함께' 살 곳을 정하고, '함께' 쓸 가구를 고른다. 서로 의견을 내고 조금씩 양보해가면서 천천히 '함께' 사는 삶에 대한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 '함께'라는 것이 얼마나 어렵게 이루어지는 것인지는 생각은 하지 않고, 결혼을 하면 자연스럽게 '함께'가 된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보통 연인들은 그전까지 서로 연애를 했기 때문에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많이 맞춰왔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길던 짧던 연애 기간 동안에 서로의 장단점을 어느 정도 알고 있고 그것을 커버할 방법도 알고 있으며, 그러한 모든 점을 감안하고 결혼 준비를 시작한다.


그러나 아무리 오랜 기간 함께한 연인이라도 생각해보면 꽤 많은 시간을 떨어져서 보낸다. 매일매일 데이트를 한다고 하는 커플도 하루의 3분의 2 이상은 따로 떨어져 보내고, 주말에 하루 종일 같이 있다고 해도 결국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서 혼자 하루를 마무리하게 된다. 즉 아무리 서로 잘 알고 있는 연인이라도 결국은 연애를 하는 동안 함께 지내는 시간은 자신의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리고 그들은 따로 지내는 시간 동안 '함께'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고 그 힘을 토대로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결혼은 다르다. 말 그대로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이 사람과 늘 함께 해야 한다. 수많은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맞춰왔던, 생활습관이 같은 가족 대신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을 하는 것이 결혼이다. 그리고 그러한 차이는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게 된다. 대부분 결혼을 준비하면서 많이 다투게 되고 결혼을 하고도 초반에 많이 다투게 되는 원인이 바로 이 차이 때문이다.


종종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서로가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면서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서로 다투게 되는 일은 함께 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아직까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함께'라는 것이 서로에게 어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혼을 준비하는 시간 동안 조금씩 다투고 조금씩 양보해가면서 함께 할 수 있는 마음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평소에는 사소하게 넘어갈 문제들도 이 시기에는 크게 느껴진다. 결혼이라는 일생의 큰 사건을 앞에 두게 되면 나도 상대도 서로에 대한 여유를 잃게 된다. 결국 서로에 대해 더 예민하게 되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조금이라도 다른 모습을 보거나 자신이 몰랐던 상대의 모습을 보면 과연 내가 이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들게 된다. 그러다 보니 조그만 다툼도 점점 커지게 되고 또 다른 불신과 의구심이 생기게 된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여유를 잃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이 기념비적인 일을 절대 실패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은 나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들고 상대를 재평가하게 되고 끊임없이 재보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모습은 결국 스스로를 더 조바심 나게 만들고 그러한 조바심이 여유를 더 잃게 만드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결혼도 실패해도 괜찮다. 이 말은 노력을 덜 해도 괜찮다거나 아무렇게나 결정해도 괜찮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라는 압박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만들 때가 많다. 여유를 잃어버리면 내가 정말 보고 느껴야 하는 부분들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혼도 마찬가지다.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무조건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리저리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재보고 지나치게 고민하는 것은 오히려 '함께'를 만들어 가기에 좋지 않다. 아직 무엇을 맞추고 무엇을 버려야 진정한 '함께'가 될 수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된 고민은 의미가 없다. 어차피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맞출 수는 없는 것이니까.


가끔 불안한 마음에 친구나 지인들에게 하소연을 하면 '안 맞으면 어때. 이혼하면 되지'라며 걱정 말라고 다독여 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 말은 '식에 들어갈 때까지 모르는 거야'라는 비아냥과는 다르다. 내가 만약 잘못 선택했더라도 나중에 다시 돌릴 수 있으니 지금 너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말과 같다. 너무 압박감이 느껴지면 조금쯤은 이유 없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나타나는 다툼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다툼이 일어나는 것은 꽤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다투는 과정 중에 서로를 배려하지 못한다면 내가 이 사람과 정말 '함께'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서로에게 상처 줄 정도로 배려 없는 행동은 '함께'가 익숙하지 않아서 나타나는 다툼과는 다르다. 진짜 고민해야 할 때는 잦은 다툼이 아니라 이런 부분이 나타날 때이다.


그러나 다툼 자체를 두려워해서 결혼을 망설이게 된다면 혹은 함께 하는 생활에 막연하게 두려움이 느껴진다면, 처음에 내가 왜 결혼을 선택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자. 이 사람의 어떤 모습에 이끌려서 결혼을 선택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조금은 더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 아직 해보지 않은 일에 막막함이나 두려움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러한 두려움으로 앞으로 나가는 것을 주저하면 안 된다. 내가 여기까지 결정해 온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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