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누군가의 거울.
결혼을 결심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서로의 가족을 만나는 일이다. 상견례라는 큰 문턱 전에 보통 각자 서로의 가정으로 한 번씩 인사를 간다. 결혼 전에도 상대의 가족과 친밀하게 지내는 경우도 있지만 막상 결혼이 확정되고 정식으로 인사를 하러 갈 때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흔히 결혼은 집안과 집안과의 만남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이 말은 연애 때는 두 사람만 마음을 맞춰 즐겁게 지내면 되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그 외에 '가족으로서의 의무'가 따라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으로써의 의무는 흔히 내가 '나의 가족'들에게 어떻게 해왔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생일을 챙긴다거나 아플 때 돌보아 준다거나 하는 등 일상 속에서 지키고 있었던 의무들이 똑같이, 그렇지만 하나 더 발생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상대측 가족과는 함께 사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함께 지내는 동안은 사실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이행해 오던 것들이 철저하게 '해야만 하는 일'로 다가오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나의 가족과 상대의 가족은 조금씩 다르게 의무를 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나는 가족들의 생일에 간단하게 문자로 축하를 해주고 서로에게 가벼운 선물을 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나 상대의 가족은 생일에 항상 아침을 같이 먹거나 저녁을 함께 보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고 한다면 나의 간단한 축하 문자가 상대에게는 성의 없게 보일 수 있다. 물론 결혼을 하게 되면 기존과 완벽하게 똑같이 서로의 방식에 맞춰서 할 수는 없으나 상대 가족의 기본적인 분위기는 따라오게 된다. 즉 상대 가족의 분위기가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끼친다.
상대의 가족에게 인사를 가거나 상견례를 하는 자리는 사실 내가 상대에게 잘 보여야 하는 자리만은 아니다. 서로가 어떤 분위기를 가지고 있고 서로가 그 분위기를 잘 맞춰갈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자리이다. 내가 상대에게 실수하지 않고 잘하려는 만큼 상대도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그 자리에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서로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분위기의 가족들과 지내왔었는지를 끊임없이 살펴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과 지내는 방법을 통해 성격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 가족의 분위기나 행동을 보면 상대에 대해서도 그전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종종 '이 사람의 어떤 부분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가족을 보니 왜 그런지 알겠더라'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제로 가족의 전반적이 분위기와 행동을 보면 내가 이해가지 못했던 부분들이나 그동안 보지 못했던 부분들까지도 알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혼 직전까지 서로가 모든 걸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래도 결혼이 확정되고 나면 조금씩 서로에 대한 태도가 바뀐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결혼 전에 나를 대하는 상대의 태도를 보고 미래에 상대가 어떻게 행동하게 될지를 유추해보면서 내가 그 상황들을 잘 견딜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즉 만남의 통해 나와 상대가 어느 부분까지 양보하고 맞춰갈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만약 어떤 부분을 견딜 수 없다고 생각된다면 무조건 결혼을 이끌어가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보통 자신의 가족들은 자신에게 매우 익숙하기 때문에 상대가 무엇인가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면 '우리 가족은 안 그래'와 같은 말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물론 상대가 좀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상대의 모든 이야기를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라고 여기면 안 된다.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는 태어나면서부터 함께 지내왔기 때문에 내가 인지 하지 못하거나 훨씬 더 너그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무조건 상대의 말을 무시하는 것은 좋지 않다. 상대가 어떤 부분을 보고 이야기하는 지를 함께 대화하면서 생각해보고 후에 생길 수 있는 좋지 못한 상황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스스로도 마음에 준비를 해두는 편이 좋다.
결혼을 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완벽하게 이 사람과 함께 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가족과의 만남을 가진 후에 하는 것이 좋다. 상대 가족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고 상대가 나에게 예의 있게 행동해 주는 모습을 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결혼을 해도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하물며 마음에 들지도 않고 계속 마음 한구석에 애매한 기분으로 결혼을 한다면 작은 문제까지 더 커 보이게 된다. 즉 상대가 나를 하대하거나 무례하게 군다면 굳이 참으면서 마음을 돌리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큰 일에는 자신의 '감'이 꽤 정확하다. 그리고 그 감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으로 마음이 치우쳐지면 안 된다. 주변 사람들이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편견 없이 판단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으로 마음이 치우쳐 있으면 일을 그르치기 쉽다. 상대에 대한 색안경을 낄 필요도 마음에 들기 위해 지나치게 굽신거릴 필요도 없이 천천히 지켜보자.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이기 때문에 차분하게 내가 잘 지낼 수 있는지 문제가 있다면 해결점을 찾을 수는 있는지를 알아보고 생각해 가면 된다.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다면 조금 거리를 두고 천천히 다시 생각해 보자. 그러나 반대로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면 마음에 결정을 확실하게 내려도 된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면 너무 고민하지 말자. 결정하기까지 많이 신중했다면 나의 결정이 옳은지를 고민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조금씩 함께 해나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