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마디 말에 마음이 너무 아팠어.

말 한마디가 만드는 마음의 거리감.

by For reira

결혼을 한지 일 년 정도 되는 아직 신혼의 친구로부터 어느 날 늦은 시간에 전화가 왔다. 다툼을 했다고 말하는 친구의 목소리는 울고 있거나 화나 있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차분해서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일로 다툰 거야?"

나의 질문에 친구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한숨과 함께 잠시 침묵으로 일관하던 친구의 대답은 나의 예상과는 달랐다.

"무슨 일로 싸운지는 중요하지가 않아. 기억도 안나. 근데 뭔가 해결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친구의 대답에 혹시 정말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올까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원인이 기억이 안 난다면 사소한 다툼이었을 텐데 왜 그렇게 까지 생각하는 거야?"

나의 질문에 친구가 쓸쓸하게 웃었다.

"그러게. 서로 대화가 얽혀서 잘 안 풀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배고프다면서 주방으로 가더라고.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하고 있어서 나도 좀 지쳐있었거든. 그런데 밥을 자기 것만 차리면서 나한테 너는 알아서 먹으라고 하더라고. 그 말을 듣는데 왠지 마음이 싸하게 아프더라. 그래서 그냥 방으로 들어왔어. 뭔지 모르겠는데 그냥 갑자기 나 이 사람이랑 잘 지낼 수 있을까 싶더라고."


결혼을 하고 나서 서로 사소하게 혹은 크게 다투고 시간을 들여 화해하는 것은 서로 맞춰가는 당연한 과정이다. 앞서 말했듯 대부분의 다툼은 서로를 맞춰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신혼 초반의 다툼이 잦음은 둘 사이에 크게 문제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다투느냐 는 중요하다. 다툼의 원인이 어느 정도 해결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다투었느냐에 따라 좀 더 돈독한 사이가 될 수도 있고 미묘한 거리감이 생기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거리감은 보통 서로 다투고 난 다음에 많이 생긴다. 그러나 별다른 다툼이 없이 서로 간단하게 나눈 대화 속에서도 거리감은 생긴다. 연애 때는 전혀 알 수 없는 그런 감정은 스스로를 매우 당황스럽게 만든다. 그러한 감정은 설명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상대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서로 사랑해서 함께 하는 사이인데 왜 자꾸 묘한 거리감이 생기는 걸까.


다툼 뒤에 생기는 거리감도 대화 속에서 생기는 거리감도 사실 원인은 같다. 상대가 나를 아끼는 마음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가 나를 아끼는 마음은 대화 속에서 나타난다.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작은 일상 속의 작은 대화들은 어느새 상대가 나를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생각하는 척도가 된다.


서로 함께 하는 것에 조금씩 적응하게 되면 어느 순간 상대를 위해 조심하는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게 된다. 연애 때 바빠도 시간을 쪼개면서 만나려고 했던 노력은 사라지고 내가 바빠도 언제나 이해해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은 나의 말을 통해서 나타나게 된다. 바빠서 데이트 약속을 취소해야 할 때 '정말 미안해. 너무 보고 싶다. 내가 좀 더 열심히 해서 내일은 꼭 만날 수 있게 할게'라는 말로 너무 미안해하는 마음을 표현했다면, 함께 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던 약속은 ' 나 오늘 야근해야 할거 같아. 먼저 먹어야 할 것 같네.'라는 말로 대체된다. 상대가 아프다고 했을 때 발을 동동 굴러가며 '괜찮아? 이따 내가 약사서 갈까?'라고 했던 문자는 '약 먹었어? 챙겨 먹어야지.'라는 말로 대체된다.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 더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쉽게 이해를 바란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부분들을 잘 지키는 것은 어렵다. 매일매일 마음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소중한 사람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신혼 초기의 잦은 다툼으로 고민하지만, 사실 진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어떻게 다투었는가이다. 다툼의 중간에 던지는 말 한마디는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쉽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고, 그런 모습에 상처를 입은 상대는 조금씩 마음속에 거리감을 갖게 된다. 신혼 초에 입는 상처들은 생각보다 지우기 어렵다. 아직 서로 조심하고 맞추는 시기인 만큼 서로 더 예민하고 그런 만큼 더 아픔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생기는 작은 거리감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별 다툼 없이도 어색하고 외로운 사이가 되어버린다. 사랑하지만 외롭고 잘 지내고 싶지만 어색한 사이.


좋을 때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쉽다. 종종 '싸울 때는 너무 서운하게 하지만 평소에는 다정하고 잘해준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평소에 다정하지 않고 잘하지 못한다면 연애를 할 필요도, 같이 살 가치도 없는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좋지 않을 때 '얼마나 배려해주는가'이다.


가까워질수록, 서로 다툼이 잦을수록, 예민하고 지칠수록 오히려 상대에게 더 좋은 말을 해야 한다. 이럴 때 하는 작은 말 한마디는 마음에 사무친다. 그 한마디가 힘든 시기를 이겨는 힘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좋은 시기마저 외롭게 만들 수 있다. 이 좋은 말 한마디는 거창하지 않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대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은 배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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