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그만 휘둘렀으면 좋겠어.

거절하는 법 배우기.

by For reira

일을 끝내고 다 같이 한잔 하기로 한 자리에서 유독 한 친구가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었다. 음식이 나와도 먹지도 못하고 대화에 제대로 참여하지도 못한 채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계속 카톡을 하는 그 친구를 보다 못해 말했다.

"친구들 만난다고 이야기하고 핸드폰 좀 내려놓으면 안 돼? 밥이라도 먹고 이야기를 다시 하는 게 낫지 않아?"

"아.. 아니. 애인이 계속 서운하다고 뭐라고 하는데, 이야기를 끊을 수가 없네..."

"친구들 만나는 거 몰라?"

"아.. 아는데.. 그렇다고 또 끊으면 나중에 더 뭐라고 해서 웬만하면 좋게 끝내려고 하는데 도저히 이야기가 끝이 안 나서... 미안해."

친구는 사과를 하는 와중에도 핸드폰에서 손을 떼지를 못했다.

"나한테 미안할게 뭐 있어. 얼렁 마무리 지어봐."

친구들끼리 한참을 웃고 떠드는 중에도 핸드폰을 놓지 못하던 그 친구는 식사를 마칠 때쯤에서야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나 고민이 있어."

친구의 말에 다들 눈이 동그랗게 되어서 물어봤다.

"설마 아직 안 끝난 거야?"

"도저히 이야기를 끝을 못 내겠어. 말을 너무 잘해서 내가 뭐 이야기만 하면 계속 반박하면서 말하는데 도저히 뭐라고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는 와중에도 친구의 표정이 너무 어두웠다.

"너 괜찮은 거야?"

친구의 표정을 살피며 내가 물었다.

"어. 아니.. 잘 모르겠어. 같이 있으면 너무 좋은데 한 번씩 서운하다고 하면서 이야기가 길어질 때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연애를 하게 되면 서로가 서로에게 어떻게든 영향을 주게 된다. 그리고 영향을 주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 상대와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보통 이런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쉽게 '휘둘리는' 사람들이다. 잘 휘둘리는 사람들은 상대와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야 하려고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마음의 불편함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쉽게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빠르게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와의 말다툼에서도 쉽게 상대의 페이스에 말리게 된다.


휘둘린다는 것은 상대를 좋아하기 감정으로 인해 생기는 현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쪽이 더 많이 휘둘린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휘둘리는 것은 사람의 성향에 따라 정도가 다르다. 이 말은 더 많이 휘둘린다고 해서 꼭 더 좋아하는 쪽에 속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따라서 휘둘리지 않기 위해 밀당을 한다거나 하는 등 감정을 조절하려는 노력은 크게 효과를 보기 힘들다. 잘 휘둘리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한 노력을 하다 보면 오히려 연애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거나, 갈팡질팡 하는 등 역효과를 낳게 된다.


잘 휘둘리는 사람들은 쉽게 자신의 마음이나 감정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 어떠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천천히 시간을 갖고 생각을 정리해야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말다툼이 생겼을 때 상대방의 이야기에 빠르게 대답하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불편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설명하기보다는 상대의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상대에게 좀 더 맞춰주려고 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야기를 해서 불편한 상황을 오래 이끌어 가기보다는 그러는 편이 서로에게 마음이 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즉 잘 휘둘리는 사람은 쉽게 거절을 못하고 , 쉽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고 해서 안 좋은 감정이나 생각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풀리지 않고 쌓여간다.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참고 있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연애가 점점 지치고 힘들다고 느끼게 된다. 애초에 대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으니, 차라리 마음이 불편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대화 대신 침묵을 하고,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하게 놔둔 채 참을 수 있는 만큼 참고 견딘다. 그러나 그러한 시간이 길어지면 어느 순간 '이 사람과는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늘 상대에게 감정을 통보당해 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그런 생각도 일방적으로 통보함으로 관계를 정리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보는 상대는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전까지는 어떠한 '반박'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었으므로, 어디서 부터 무엇이 문제가 되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거절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은 위와 같이 힘들고 당혹스럽게 연애를 끝내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거절을 잘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당장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 봐 참고 견디는 것이 서로에게 가장 좋지 않다. 즐겁기 위해서 시작한 연애가 즐겁지 않고 힘이 든다면 좋은 연애가 아니다. 당장 나 혼자 참고 견딘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가 잘 휘둘리는 사람이라면, 상대와 대화하는 방법을 먼저 맞춰두어야 한다. 대화하기 위해 감정이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상대에게 미리 그러한 부분을 설명해주고 후에 어떤 문제가 발생되었을 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미리 서로의 성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상태에서도, 상대가 나를 배려하지 않고 몰아치듯 대화를 계속한다면, 과감하게 대화를 끊어야 한다. 상대의 서운해하는 감정을 케어하기 위해서 자신의 감정이 힘들어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 안 된다.

대화를 끊을 때는 무조건 내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식의 행동보다는 상대에게 완곡하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요구하고,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 뒤에 다시 대화할 것을 약속해 주어야 한다. 보통 상황에서 한 발짝 떨어지게 되면 좀 더 편안하게 생각을 할 수 있다. 혹시 자신이 약속한 시간까지 완벽하게 생각을 정리를 하지 못했더라도, 그 이전보다는 훨씬 안정적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감정을 주고받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대화'라는 것은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상대의 의견을 들어준 만큼 나의 감정을 표현해 주어야 하고, 그러한 주고받음을 통해 서로를 이해해 나가야 한다. 주고받음이 없이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듣는 것은 '공격당하는 것'과 같다. 그럴 때는 '지금 너의 이런 대화방식이 나의 감정을 말하기 어렵게 해' 또는 '이런 방식의 대화가 계속된다면 나중에 내가 너무 지칠 것 같아' 등의 표현을 사용하여 일방적인 대화가 지속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상대가 나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면, 위와 같은 표현을 들었을 때 내가 생각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여유를 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계속 몰아붙인다면 상대는 나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자신의 생각만을 강요하는 사람과는 굳이 노력해서 대화를 해야 할 필요가 없다.


옳지 않은 방식의 대화가 계속될 때 적절한 거절은 오히려 서로에게 좀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대부분 상대가 공격적으로 이야기할 때 대화를 끊으면,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고 느끼고 서운해할까 봐 걱정하지만 , 그렇지 않다. 제대로 된 대화를 원하기 때문에 올바르지 않은 대화를 그만두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상대가 서운해한다고 해서 일방적인 대화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대화를 끊었다가 다시 시작할 때 정리된 생각을 잘 말할 자신이 없다면 하고 싶은 말들을 종이에 적어 두었다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시 시작된 대화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전의 '거절'이 제대로 된 대화를 위한 것이었음을 상대가 느낄 수 있다.


'휘둘린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누구나 상대를 좋아하면 어느 정도의 휘둘림을 경험하게 되고, 그것은 그만큼 상대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휘둘리면서 스스로가 힘들고 지친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좋지 않다. 내 연애에서는 항상 내가 즐거워야 한다. 아니라고 생각이 될 때는 아니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오히려 적절한 거절은 연애에 더 많은 도움을 준다. 상대의 감정을 위해서 나의 마음이나 감정을 희생해서는 안된다. 지치지 않고 즐겁게 연애하기 위해서 지금 당장의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자.




* 해야 할 일

- 상대와의 대화가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흘러갈 때는 강하게 대화를 거절하기.

- 일방적으로 참고 삭히지 말기.

- 거절은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 임을 기억하기.

- 상대의 감정을 위해 나의 감정을 희생하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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