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버티는 힘, 숨은 웃음 찾기 9
어제 신장내과 상담을 받을 때 의사선생님과 진지하게 문진을 했는데,
나 혼자 그 대화가 웃겼길래 오늘 기록해 본다.
소변에 거품이 생긴 지 두 주가 넘었고, 주말 근무가 끼어 있어서 많이 고단했다,
두 주쯤 전에 가정의학과에서 혈당이 높고 단백뇨 소견을 받았던 지라 걱정된다고 말씀드렸다.
지난 달 내 혈당은 정상이었는데, 몸이 나빠지면서 모든 수치가 갑자기 어두워진 것이었다.
진료실 앞에 설치된 전광판에 당뇨성 신장질환에 관한 경고를 보고 들어와서 더 겁났던 것 같다.
내가 젊었을 적에 신우신염을 자주 앓았고, 엄마도 여동생도 그러해서 유전자도 있는 것 같다고 했더니,
단정하고 확고한 인상에 경상도 억양을 가진 남자분이었던 의사선생님이 단호하고 고개를 저었다.
"신우신염은 감기 같은 거라. 우리가 급성 독감에 걸렸다고 폐가 나쁘다고는 안 하잖아요? 그걸로 신장이 좋고 나쁘고를 결정할 순 없는 거에요."
내 의견에 단호하게 반대해주는 전문가의 답변은 약이 됐다. 어쩐지 마음의 위로가 됐다.
그런데 거품이 갑자기 너무 오래, 자주 나와요. 거품뇨가 있을 때엔 확실히 몸도 편하지 않구, 잔뇨감도 아주 약간이지만 생겼다고 두 번째 걱정을 말하자 그는 또 단호박으로 대답했다.
"아이고 그건 괜찮아요. 사람 몸상태마다 다 다릅니다. 그 거품 평생 나는 사람도 있어요."
그 거품이 평생?! 어유 그건 너무 오래인 것 같은데? 그게 디폴트라니 헐.
많이 놀란 만큼 마음도 약간 편해졌다.
마지막으로 내 걱정은,
"제일 걱정은 매일 출퇴근 시간이 너무 길어서 늘 피곤하다는 겁니다. 하루에 3시간 반에서 4시간 정도 아침저녁으로 통근을 해요."
뭐시라! 하고 선생님이 나를 너무 놀라 쳐다보았다!
"네에? 아유 그건 너무 오래 걸리는데? 힘들겠어요!"
이 대화의 전개가 제법 웃겼는데, 한편으론 슬퍼서 눈물이 날뻔했다.
아무 것도 걱정하지 않던 명의가 출근병은 두려워 하다니!
긴 출퇴근에서 오는 병은 자신감이 넘치던 백전노장 의사선생님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라니!
역시 신의 영역이었던 것이다. 출퇴근 + 입퇴사란. 제발, 퇴사신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