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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테오 Jun 17. 2019

#14 비교를 피할 수 없었다



비교는 불행의 시작이었다. 나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되면 나는 끝없이 불행해졌다. 비교가 시작되는 순간 잘 멈추어지지 않았다. 질투와 같은 감정은 생각보다 오래 내게 남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나 대신 비교 대상을 동경하는 껍데기만 남아있게 되기도 했다. 한편으로 본능적으로 비교하게 되기도 했던 것 같다. 사람들 보는 눈은 다 비슷했다. 내 눈에 아름다워 보이는 것들은 다른 사람들 눈에도 아름다웠다. 내가 보기에 멋진 사람은 다른 사람 눈에도 멋진 사람이었다. 대개의 경우 그러했다.    


인간관계에서 비교가 시작되었을 때, 그때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비교될 만한 요소들을 해결하고 나면 그래도 갈등이 해결되는 듯했다. 보통 나는 그 상대에게 불만이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 물론 비교로 끝나지 않고 갈등이 시작되었으며 결국 분열로 이어졌다.

비교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적당한 태도가 아님은 알고 있다. 다만 그 불만스러운 상황에서 비교하지 않기가 쉽지는 않았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늘 만족스러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비교를 피할 수는 없었다. 나 역시 비교하고 싶지 않았다. 온갖 불안과 질투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로 나를 채우게 될 게 뻔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일시적 당신을 만나 그 관계를 정리하려고 했던 것은, 내가 당신을 비교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게 그 부정적인 감정들을 갖게 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이 관계에 한해서는 내 탓으로 하지 않으려 한다. 정확히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당신에게, 나는 당신의 과거와 비교 대상 조차 아니었던 것 같다. 당신에게 나는 당신의 과거와 겹쳐져 있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은, 내게 이렇게 비교할 만한 여지를 준, 매우 불성실한 당신 탓이다.   


일시적 당신은 처음 생각과 달리 어느 것 하나 적당하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상담을 하면 대개는, ‘알 수 없다’, ‘모르겠다’와 같은 반응이었다.

보통 내 친구들은, 내가 누구를 만나면, 10여 년을 함께한 당신을 정리하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들, 한 명도 빠짐없이, 하루라도 빠르게, 일시적 당신을 정리하라고 했다. 그리고 10여 년을 함께한 당신에게 돌아가라고 했다.     


일시적 당신은, 이렇게, 세상 어디에도 없는, 평균적인 사고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매우 특이한 사람이었다.          



Tom Roberts, Jealousy, 1889,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문제는 언니가 나와 비슷한 시기에, 예비 형부를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나는 톰 로버츠Tom Roberts의 그림 속 여인처럼 이 둘의 관계가 부러웠다. 내게 연인이라고 불리는 이가 있었기에, 언니와 예비 형부가 더 부러웠다. 그래서 예비 형부와 일시적 당신을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언니와 예비 형부는, 사실 처음에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더 못 만날 뻔했었다.

예비 형부는 처음 만난 날, 그 자리에서, 본인이 애프터를 했다고 기억했다.

그런데 언니는 이 사람이 그렇게 좋다고 하더니 연락도 없다며 내심 서운한 기색이었다.

그때, 소개해준 분이, 이 둘이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그리고 언니와 예비 형부 모두 둘 다 서로에게 호감이 있다는 걸, 사실은 둘 다 첫눈에 반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예비 형부는 바쁜 언니를 위해 배려하여 주중에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예비 형부는 본인이 정한 그 날, 당연히 언니와 만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소개해준 분 덕분에 언니와 예비 형부는 오해를 풀었다. 

언니와 예비 형부는 이렇게 사소한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까지도 잘 만나고 있다.


     

Edward R King, Afternoon Pastimes, Private Collection


언니와 예비 형부는 사랑에 나이와 체력이 문제가 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둘이 연애를 하기 전까지, 언니는 혼자 일을 다하는 것처럼 그렇게 바빴다. 그도 그럴 것이 언니는 성실함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성실한 사람이다. 내가 회사 대표라면 언니를 채용해야겠다고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언니는 퇴근 후에 사람을 만나러 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어차피 퇴근 시간도 늦어서 누군가를 만나기에 적당한 시간도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그랬다.

그런데 그렇게 바쁘다던 사람이 일이 끝나면 하루가 멀다 하고 예비 형부를 만난다. 

예비 형부는 아무리 힘들고 아무리 바쁘더라도 언니를 만난다.

예비 형부는 집까지 거리가 꽤 먼데도 절대 게으름이 없다.

예비 형부는 그렇게 바쁜데 언니의 안부를 자주 확인하며 전화도 매일 같이 한다.

맛있는 것을 먹고 나서는 다음에 같이 가자며 사진을 보여주더니, 진짜 데려간다.

예비 형부는 빈말도 하지 않는, 이렇게 멋진 예비 형부인 것이다.



William John Hennessey, The Pride of Dijon, 1879, Private Collection



언니와 예비 형부의 모습은 헤네시 William John Hennessey가 그린 그림 같다. 심지어 이 그림의 원래 제목이 완전한 사랑이라고 하는데 언니와 예비 형부는 아마 그럴 것 같다.


언니와 예비 형부의 모습은, 일반적으로는, 호르몬이 작용하는 그 3개월간의 연애 모습이다. 

놀라운 점은, 예비 형부는, 그 3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한결같다.  

이제 반년이 되어가는 정도잖아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언니와 예비 형부가 매일 만난 걸 생각하면 이 한결같음이 놀랍다. 굳이 칭찬하기도 그렇다. 예비 형부는 태생이 이런 사람인 것 같다.          



흔하게 하는 말처럼, 언니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고 나는 전생에 나라를 팔았나 싶었다.      

비교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연락을 자주 하나, 만나기를 자주 하나, 일시적 당신은 어느 것 하나 적당한 구석이 없었다.

예비 형부와 비교하면, 어디 하나 자랑거리를 찾을 수도 없었다.

언니와 예비 형부를 보면 굳이 내가 당신을 더 만날 이유가 없어 보였다.

부모님은 내게 당신이 바쁘다며 이해하라고 하기는 했다. 그럼에도, 부모님조차도, 더 뜨겁지 못한 당신과 나를 이상하게 여겼다.          



물론 예비 형부와 당신이 매우 다른 사람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적당한 사람이든, 특이한 사람이든, 적어도 연인에게는 성실했어야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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