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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테오 Jun 22. 2019

#18 사람 혹은 관계에 대한 확신

당신과 함께하는 이유 혹은 당신과 함께할 수 없는 이유



사람 혹은 그와의 관계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는가 혹은 확신할 수 있는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그 사람과 함께라면 그 시간을 감당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0.5초 안에 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답을 할 수 없다면 그 선택은 보류하는 편이 좋은 것 같다.

특히나 결혼과 관련된 선택이라면 더 그런 것 같다.


 

그 사람을 만나며 고민했다. 

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지난 12년을 함께한 당신과의 관계만큼, 내가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그 사람에 대해, “지난 12년을 함께한 당신만큼, 내가 확신할 수 있을까.”    

"그 사람과 함께라면 그 어떤 시련도 감당할 수 있을까." 

나는 섣불리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이 질문들에 대하여, 0.5초 안에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은, 머뭇거리는 것은, 확신이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내가 그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한 이유는, 그 사람에 대해, 그리고 그 사람과의 결혼에 대해,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Marcus Stone, Love At First Sight, Private Collection



내게는 ‘이 사람이다’라는 확신이 필요했다.     

  

결혼에 대해 고민할 때, 결혼한 친구들이 한결 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다들 하나 같이, "보는 순간 이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이 사람과 결혼할 것 같다"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 사람이다"라는 느낌은 그런 사람을 만나야만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직까지 나는 그런 확신을 할 만한, 혹은 확신을 주는 사람을 만난 적은 없다.

12년간 함께하고 있는 당신조차도 그런 확신을 주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하기엔 내가 너무나 자주 말없이 당신을 떠났고 돌아왔다.

다만 12년간 함께하고 있는 당신이 확신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준은 된다.


나는, 12년간 함께한 당신을, 15년 정도 전에 처음으로 만났다.

그때 나는, 당신에게, 스톤 Marcus Stone의 그림처럼, 첫눈에 반했다.

그때 나는, 내 삶의 모든 길이 당신에게로 향한 길이라고 믿었다. 

이보다 더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당신에게 확신했다. 


내가 당신과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은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했다. 누가 보아도 당신에게 어울릴 만한 사람이었으면 했다. 매 순간 절실하게 노력했다. 

3년이 지나갈 무렵, 당신을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랜 짝사랑을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 확신이 착각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포기하려던 그 순간, 말 그대로 기적처럼, 당신 옆에서, 당신과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힘들고 위태로운 시간 끝에, 가까스로, 당신과 함께하게 되면서, 나는 당신을 확신했다.          




내게 당신은, 늘 확신과 고민 사이에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확신했음에도, 당신과 함께하자마자 바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당신과 함께하면서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감당해야 했다.

당신 옆에는 너무나 매력적이며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 틈에서 나는 쉽게 위축되었다. 나는 자신감도 잃었다. 

나는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들이 버겁기도 했다. 당신과 함께하기 위해서, 나는 그 사람들까지 만나야 했다. 당신에 대한 확신만으로 그 사람들을 견디기에는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당신과 함께 하는 것이 맞는지 늘 고민해야 했다. 

내가 그렇게 당신에게 확신했음에도, 확신이 의심으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의 그 확신 덕분에 당신과 12년을 함께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당신과 나의 관계가 안정되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껏 당신과 나의 관계가 이어져 온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늘 불안했다.

실제로 나는 당신과의 관계를 늘 끝내려고 했다. 그래서 늘 떠났다가 돌아오고는 했다.

당신에게로 돌아올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내가 떠났던 이유는 혹은 떠나려 했던 이유는,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이 변해서가 아니었다.

당신 옆의 사람들, 혹은 내 옆의 사람들, 혹은 당신과 나를 둘러싼 상황들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당신에게 돌아와 그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처음의 확신 덕분이었다.

나는, 처음의 그 확신이 시간을 함께 겪는 힘이 되어준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확신이 한순간에 바뀐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내게는, 그 확신이 필요했다. 


 

종종 내가 받는 질문이 있다. 대체로, 당신이 왜 좋은지, 어떻게 그 시간을 함께 했는지를 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제대로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좋았다고, 그래서 확신했다고, 그 이외의 다른 답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 사람이 왜 좋은지를 설명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적당했고 적당한 이유들도 많았다. 

그 이유들이 있다는 것은 확신이 없음을 뜻했다. 


결국, 결혼한 친구들이 맞는 것 같다. 사람 혹은 관계에 대한 확신은 "그 대상이 있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어떤 말로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그 무엇”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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