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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테오 Jun 26. 2019

#22 아이를 낳는 것은, 엄마가 되는 것...?!

만 35세 이상의 미혼인 내게, 임신과 출산의 의미.





만 35세를 넘자 내가 미혼임에도, 다들 내 임신 및 출산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우연히 만난 엄마 친구는 내 결혼을 걱정하지 않았다. 그분은 내 임신 및 출산을 걱정했다. 그분이 내 임신 및 출산을 걱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나는, 여러 매체에서, 안전한 임신 및 출산의 적령기로 언급하는, 만 35세를 넘었다.


뉴스 화면 캡처에 보면 만 35세 이상을 고령산모라고 한다



둘째, 엄마가 어릴수록 아이가 똑똑할 확률이 높다. 그런데 나는 만 35세를 넘어서 그럴 확률이 낮다.

엄마 친구분은 만 35세 이전에 아이를 낳으면 얼마나 똑똑한지의 대표적인 예로 본인의 손자를 들었다. 엄마 친구의 아들은, 약 10여 년 전에, 25세의 어린 여자분과 결혼했다. 이듬해 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그 아들, 그러니까, 엄마 친구의 손자를 두고, 유치원에서 영재라고 한다고 했다.

(다들 자기 손자 손녀는 영재인 줄 안다. )      


또 다른 엄마 친구는 남자를 소개해주시며, 내 나이가 너무 많다고 했다. 그러니까 아이를 낳기에 내 나이가 너무 많아서 걱정이 된다고 했다. 참고로 엄마는 이 친구분에게 누구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다.  

   

나는 미혼이다. 그런데 나에게 결혼을 할지 말지를 묻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내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을지 말지도 묻지 않는다. 다들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내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면인 남자들은, 나에게 아이를 낳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만 35세를 넘어서면서부터, 내 임신 및 출산을 걱정하는 또 다른 사람들이 생겼다. 초면인 맞선남들이 내 임신과 출산을 걱정해주기 시작했다. 대체로 걱정은 다음과 같다.     

"본인들은, 그러니까 맞선남들은, 아이를 좋아한다. 그런데, 만 35세가 넘으면 아이를 갖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친구들의 예를 보아도 그런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당신은, 그러니까 나는, 만 35세가 넘었다. 그러니까, 본인들은 아이가 없어도 괜찮다."


다들 한결같이 내가 아이를 좋아하는지 혹은 아이를 낳을지를 묻지 않았다. 솔직히 이런 이야기를 초면에 처음 들었을 때는 불쾌했다. 그런데 내가 언제 결혼할지도 모르겠다. 언제 아이를 낳을지 혹은 낳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괜찮다는 그 말이 고마운 부분도 있다.    




좌측: Mary Cassatt, Woman in a Red Bodice and Her Child, 1901, Brooklyn Museum

우측: Mary Cassatt, Young Mother, Christie's London



        

임신과 출산은, 아이를 낳는 것이기도 하지만, 엄마가 되는 것이 아닌가요...?   


내가 결혼을 마치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인생의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한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던 것처럼 아이에 대한 생각도 비슷하게 정리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


한편으로는, 나도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고 싶다. 나는, 아이가 축복이자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카삿 Mary Cassatt의 그림 속에 나오는 엄마와 아이 같은, 결혼한 친구들과 그 아이를 볼 때면 부러울 때도 있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 역시 분명히 만 35세라는 그 임신 및 출산의 적령기가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또 한편으로는,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 게 과연 그 아이를 위해서 맞는 일인가 싶다. 삶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세상이 그렇게 살만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과연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낳는 게 맞을까, 내 이기심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나는 아이를 낳는 것이, 임신과 출산이라는 단어로만 이해될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는 것은 엄마가 되는 일이다. 그리고 엄마가 된다는 것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비록 아직 엄마가 되어보지 못했으나, 친구들을 통해 보고 들은 바로는 그렇게 느낀다.

내가 생각하기에, 아이를 낳으면, 한 여자는 엄마가 되어버린다. 그러니까 임신과 출산은 한 여자를  엄마로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엄마가 되는 것은, 역할이 하나 주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이 일이 쉬울 수가 있을까?...




나는 결혼을 한다면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다. 그런데 아직 사랑하는 사람을 못 만났다. 그런데, 굳이 지금, 내 임신과 출산을, 나도 아닌 누군가가 미리 걱정할 필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솔직히, 지금 누가 내 임신 및 출산을 걱정해 주는 것은, 감사하기는 하지만 불편하기도 하다. 그래서 하고 싶었던 말 입니다만, “제 임신과 출산은, 결혼하게 되면, 그때 제가 생각하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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