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누군가의 결점은, 바로, 내 결점이었다.
올해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12년을 만난 당신과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짓기로 결정을 했었다. 정확히는 정리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2018년 12월 31일에서 2019년 1월 1일로 한순간에 바뀌듯이, 그렇게 한순간에 내 마음을 바꿀 수는 없었다. 머리로는 분명히 정리하려고 했으나 내 마음은 머리를 잘 따르지 못했다. 시간이 필요할 것을 알았다. 그래서 올해 1년을 내 나름대로 유예의 시기로 삼으려고 했다.
이 선택은 혹시 모를 당신의 마음을 배려한 것이 아니었다.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었다.
내가 당신을 쉽게 정리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시간을 두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헤어지려고 마음을 정하고, 나를 위해 당신을 잡아둔 것이었다.
단지 내게 당신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이유로 말이다.
몰랐다. 내가 일시적 당신이 가졌던 그 우유부단한 태도를 가지고 있을 줄은.
중요한 순간에 선택을 보류한 채 결정을 미룬 나는, 일시적 당신의 우유부단함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당신과 정리해야 하는 그 순간에, 적당하지만 매우 낯선, 일시적 당신과 함께 시작했었다.
나는, 그 순간을 일시적 당신을 방패로 하여 피하고 말았다.
일시적 당신이 아닌 누구라도 상관없었던 것 같다. 그저 그 순간을 피하고 싶었다.
선택의 결과를 마주할 용기가 없던 나는, 그 순간을 피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나 역시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어쩌면 내 힘든 시간은 내 선택의 대가이니,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선택을 피한 나는, 그렇게 또 일시적 당신과 닮아 있었다.
좌 Gustave Leonard de Jonghe, Vanity, 19th century, Private collection
우 Alfred Stevens, The Studio Mirror, Private collection
돌이켜보니 다 맞다, 나는 불성실한 연인이었으며 우유부단했고, 의사결정을 회피한 채 유보시켰다.
내가 본 누군가의 단점이 결국 내 단점이라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다.
일시적 당신을 만난 것도, 내 삶에서 의미가 있음을 이제 알 것 같다.
당신을 만나, 내 부족한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아마도 당신을 만난 의미는 거기에 있는 것 같다. 내가 나를 돌아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