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커피 한 잔이 뭐라고,그 커피 한 잔이 이렇게나 사람 마음을 움츠려들게 합니다. 동료이자 팀원이라고 생각한 건 그저 저만의 착각이었나 싶어집니다.
어쩌면 애써 모른 척 해왔던, 그들의 속마음을 알아채고 말아서, 그래서 서글퍼진 것은 아닐까 합니다.
그들에게 저는 팀원이지만 팀원이 아닌 그런 애매하고 어정쩡한 존재로 여겨졌나 봅니다. 우리의 생각은 그렇게 달랐던 듯 합니다. 함께 차를 마시고 있음에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한 자크 주르당Jacques Jourdan의 티타임 속 두 여인들처럼 말이죠. 그림 속 여인들이 마신 저 차도 왠지 그때의 제 마음처럼 씁쓸했을 것 같습니다.
자크 주르당, 티타임, 20세기 초, 개인소장
팀원과 따로 점심을 먹고 돌아왔을 때, 팀원들은 본인들의 커피를 찾으러간다고 했습니다. 대기시간이 길어져 가지고 올 수 없었다고 하면서요. 그리고 그들 중 몇몇이 제 것도 사올 걸 미처 생각하지 못 했다고 하며 다음엔 사주겠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 언제가 될지 모를 바로 그 다음을 기약한 거죠.
점심을 함께하지 않은 사람의 커피를 사지 않은 게 당연한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 하지 않았기에 새삼 서글퍼졌습니다.
제가 오지랖이 넓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팀원들 커피를 함께 사고는 했습니다. 자리에 없는 팀원들 커피까지 포함해서요. 왜 사냐고 물으면 제가 마시고 싶어서라고 합니다. 제가 마시고 싶을 때 남들도 마시고 싶은 그런 순간일 테니까요. 제가 돈이 많아서 혹은 제가 좋은 사람이라서 커피를 사는 건 아닙니다. 제가 산 커피에 보답을 받고 싶어서 그런 건 더욱 아닙니다. 지금까지 샀던 그 많은 커피들은 대가를 바란 커피는 아니었습니다.
새삼 커피를 사는데 왜 굳이 이유가 필요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저는 적은 돈은 아니지만, 아주 가끔씩, 함께 일하는 동료에 대한 격려로 혹은 감사로 커피 한 잔 정도 살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소소한 커피 한 잔이 업무에 혹은 질타에 혹은 사람에 지쳐버린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루이스 몰러의 그림 티파티 속 주인공들처럼 한 자리에 모여 커피를 마시며 소소한 이야기들을 공유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루이스 몰러, 티파티,1905년, 개인소장.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커피 한 잔이 문제가 아님을요. 커피 한 잔에 폭발해버리듯 무너져버린, 오랫동안 쌓아온, 제 마음이 문제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압니다. 동료라고 여긴 그들의 속내를 조금은 확인한 것 같아서 그래서 조금 더 서럽고 조금 더 서글펐나봅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대부분은 제 다음 행보가 궁금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여전히 팀원들의 커피까지 함께 사고 있습니다. 커피값을 아껴서 부자가 될 마음은 없습니다. 그저 그깟 커피값 한 잔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서럽게 하고 싶은 마음은 더욱 없을 뿐입니다. 한 잔의 커피로라도 누군가에게 격려가 된다면 제겐 큰 기쁨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