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기도 당연하기도 한,
직업이 없어지면서 직책이 사라졌다.
직업이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 편하다 불편해졌다.
사회에서 만나
단지 친구 사이가 되고 싶었던 사이에서조차
날 부르는 호칭이 사라졌다.
누구 씨라고 부르기엔
당사자를 제외하고 불편한 냄새가 난다.
•
무직인 상태로 나를 소개하기가 힘들다 생각이 들었다.
명함이 없었다.
나를 소개하기에 조금 많은 부연 설명을 해야 한다.
어느 순간에는 내 이름이 없어진 느낌이 들었다.
•
각 시절에 어울리는 사람과 장소가 있듯이
내가 있는 이 시절에
내가 어울리는 사람과
내가 가는 장소에는 명함이 필요하다.
불편하지만 당연했다.
•
알고 있었다.
이 불편하고 잘못된 기준의 출처는
결국 그저
내 자존감이다.
그래서
용기 내어 찾은 어여쁜 안식년에
마음을 다정히 쓰기로 했다.
가끔 불안감이 찾아오더라도.
Rollei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