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by 취향

그날이 어떤 날이었더라.

어렴풋한 기억 속에 나에게 다녀간 그를 그린다.


그의 미팅 스케줄에 맞춘 약속이 하나 잡혔다.

감히 엄두도 못 내었던 평일 데이트이다.


그가 도착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옷맵시를 고치는 횟수가 늘어난다.


그가 도착해 나를 찾는 모습이 보인다.

납치하고 싶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함께 영원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큰 손으로 손을 잡고 넓은 가슴으로 나를 안아 입을 맞춘다.

흔하고 다정한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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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파게티를 먹으러 갔다.

분식집이 아닌 와인바였다.

생경하고 낭만 있는 메뉴이다.


그가 오늘 있던 일을 이야기한다.

Damien Rice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그의 말소리는 희미해지고, 그저 음악에 이끌려 그의 모습만 바라보았다.


Cannonball이 그의 말소리 위로 흐르며 그의 주변엔 따뜻한 불빛이 감싸져 있었다.


그는 나에게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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