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셔터 소리로 시간을 채운다.
내 앞에서 카메라를 들 때
마치 내 모든 움직임을 기록하듯
필름을 소비한다.
카메라가 손에 잡히는 곳에 없을 때에는
얼굴 앞에 양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그 장면이 어떻게 잡힐지 들여다보곤 한다.
쉽게 잊히지 않는 순간이다.
.
그렇게 처음 담긴 사진들이 도착했다.
손끝까지 느껴지는 필름의 질감,
필름 한 칸마다 담겨 있는 대화가 흐른다.
그가 어떤 표정으로 날 보았는지,
어떤 목소리로 이야기를 해주었는지.
멈춰진 시간에서도 전부 느껴진다,
우리가 나누던 말캉한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