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중앙시장 만두집 이야기
주말이면 뜬금없이 사람들이 연락을 한다, 춘천에 왔는데 맛집을 알려 달라고. 춘천을 떠나온 지 오래 돼서 요즘 맛집은 잘 모르기에 어릴 때 가던 집을 알려준다. 얼마 전에도 후배가 춘천에 놀러갔다며 맛집을 묻기에 내가 좋아하는 명동 끝 중앙시장 만두집을 알려줬다.
춘천에도 명동이 있다. 서울 명동과 비교하면 뒷골목 정도의 크기지만 내가 자랄 때만 해도 명동은 춘천의 핫플레이스였다. 춘천에서 유일한 번화가였던 명동에는 가장 큰 영화관인 육림극장 말고도 다른 영화관이 2개나 더 있었다. 유일한 2층 서점이었던 청구서점이 있었고, 제일 유명한 분식집인 삐삐스넥이 있었으며, 유명 닭갈비집은 모두 있었다. 오직 명동에만 있었다. 이게 다가 아니다. 큰 빵집도, 카페도, 나이키 매장도 명동에만 있었다. 명동에 없다면 춘천 시내 어디에도 없었다.
‘모든 약속은 당연히 명동’이었다. 친구들과 나는 청구서점 앞에서 만나 무엇을 할지 의논하곤 했다. 꼭 한끼는 먹어야 했는데 돈이 좀 있다 싶으면 닭갈비를, 그냥 있다 싶으면 분식집에서 칼국수를 먹었다. 돈이 부족할 때는 명동 끝 양키시장을 지나 여성회관 옆 만두집에 갔다. 만두집은 3곳이 나란히 있었는데 3집 모두 메뉴는 튀김만두와 떡볶이뿐이다. 만두는 소라고 해봐야 당면과 파가, 떡볶이는 고추장 국물에 떡 몇개가 다였다. 그럼에도 만두는 쇼트닝으로 튀겨 바삭했고, 떡볶이는 멀건 고추장 국물에 아낌없이 뿌려진 후추로 알싸하게 달고 매웠다. 3곳 중 어느 집을 가던 가격은 같고 맛 차이도 크지 않아 특별히 한 가게를 선호하지 않았다. 그저 빈 자리 있는 가게에 들어가면 주인이 만두를 빚고 있다 바로 튀겨주었다. 주인이 내준 만두는 매우 뜨거워서 잘못하면 입천장이 벗겨졌다. 그래서 이 곳 만두를 먹을 때면 만두 양쪽을 조금만 떼먹고 입에 물은 후 후~ 불었다. 그러면 뜨근한 바람이 만두에서 나오고, 그렇게 몇 번 불어주면 만두 속이 먹기 좋게 식는다. 국물떡볶이의 원조는 이 가게들이 아닌가 싶다. 꼭 숟가락으로 국물과 함께 먹어야 제 맛이 났다.
이 만두집들이 이제 춘천 맛집으로 블로그에 많이 소개돼 줄 서서 먹는 집이 됐다. 춘천에 가면 한번씩 들려 먹는데 맛도 예전 그대로, 가게 내부도 예전 그대로인데 사람들은 많아져 신기하다. 요즘은 튀김 간장이 만들어져 나오는데 요게 좀 아쉽다. 예전엔 그냥 간장 접시만 줘서 취향에 따라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나는 테이블 위에 있는 간장, 고추가루, 빙산의 비율을 1:1:1로 섞어 다대기처럼 해서 먹었다. 걸쭉하면서도 신 맛이 강한 간장에 만두를 찍어 먹으면 쇼트닝 특유의 텁텁함이 사라져 만두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춘천 사는 친구한테 들으니 자기들도 가끔 추억에 가는데 30-40대들이 많단다. 몸 어딘가에 박혀 있어 문뜩문뜩 생각나는 맛이라 그런가 보다. 먹어본 후배가 대만족의 카톡을 보내왔다. 그 친구들의 몸 어디에도 그 맛이 박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