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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네 May 09. 2023

너에게 약속할게

튀르키예의 대통령 선거, 그들의 약속

'분노한 민심’ 어디로, 에르도안 운명 가를 튀르키예 대선 미리 보기 경향신문 김서영 기자(2023.5.9)

 이곳에서 외국인으로 2년가량을 살면서, 터키어 학원 선생님, 인근 커피집에서의 수다, 부동산 아저씨의 이야기를 통해 느낀 결론은 하나다.


'튀르키예는 한국의 영토 큰 버전인가?'


생각보다 닮은 점이 많다. 친족어(가족이나 친척을 표현하는 언어)가 한국처럼 발달해서 자주 가는 야채 가게 총각은 어느새 내게 '아블라'(abla;old sister)라고 나를 부른다. 같은 알타이어족이라서, 단어가 달라도 언어가 가진 정서와 그 쓰임이 거의 같다. 영어에서 '삼촌', '이모'라고 끝날 모든 가족 관계가 여기선 한국어처럼 제법 구체적이고 세분화되어 있다. 

 결국, 서로의 나이를 알게 된 동네 야채 가게 총각은 이제 나를 '아블라'라고 부르고, 그렇게 나는 그의 '늙은 누나, 누이'가 되었다. 아하하하.



 

 튀르키예의 인구 분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젊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연령이 40대인 것과 달리 튀르키예는 30대이며, 출산율에 있어서도 한국과 다르게 높은 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분단국가로서 국가 예산의 가장 큰 부분이 전쟁 무기 등 군사 및 안보로 인한 국방비 지출 비율이 높은 것처럼, 튀르키예 또한 시리아 등 분쟁이 잦은 인접 국가로 인해 국가 예산의 많은 비용을 국방비에 투여하고 있다. 튀르키예 사람과 정치, 경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나오는 나라 걱정은 불필요한 국방비를 너무 지출하고 있고, 나라의 경제가 친러 정책을 하는 정부 방침 때문에 수입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로 인해 튀르키예는 환율 방어의 문제가 있어 기업이 기업을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어지고, 외국 기업들이 자신의 나라를 떠난다며 현재의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을 신나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도 모여서 정치 이야기하면 결국 싸우는 것처럼, 튀르키예의 젊은 사람들은 정부가 50대의 이른 퇴직으로 현재의 정권 유지를 위해 연금을 퍼붓고 나라의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이가 든 세대는 요즘 젊은이들이 이 편한 세상에서 우리 세대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며 '라테는 말이야'를 던진다. 코로나 이후, 튀르키예의 부동산이 천정부지 오른 점도 참으로 많이 닮았다. 현재 한국이 점차 부동산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지만, 튀르키예는 여전히 그 가격이 하늘로 날아가고 있다. 나 또한, 이사를 가야 하는 건 아닌가 심각하게 한참 고민하다가 걱정을 억지로 잠겨두고 있다.

 지금 내가 걱정해서 답이 있겠는가. 결국 우리의 대화는 '아마#' 직구 방법까지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렇다. 나에게도 터키인에게도 현재의 물가 변화, 인플레이션은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중이다.



  

 이번 주 5월 14일 일요일, 튀르키예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선거일이면 공휴일인 나라에 살고 있던 한국인으로서, 선거가 일요일에 치러진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평일에 일하는 사람이 많아서, 일요일에 선거가 이루어진다는 터키어 선생님의 그 답변에 나는 깜짝 놀랐다. 선거일을 공휴일로 하면 된다는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개념이었다. 다행히 선거 결과는 선거일 다음날 자정이 되면 당선인의 윤곽이 나타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렇게 큰 나라의 선거가 그렇게 빨리 집계된다니 괜히 선거 방식과 투표 집계 방식에 대한 궁금증도 생겨났다.

 여러 매체에서 언급되듯, 현재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과 지진 이후 수습 및 대처, 환율 조정 방식까지 비판이 많은 탓에 이번 선거는 그의 집권이 다시 이뤄지기 힘들 거라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이 아줌마의 아주 수준 낮은 분석으로는, 선거가 끝난 후 그 누가 튀르키예의 대통령이 되더라도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쉽게 잡기는 힘들 것이다.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튀르키예, 흡사 미국과 중국, 일본 그 사이의 한국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우리는 앞으로 여기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다만, 플랜카트 가득한 대통령 후보의 여러 공약을 보아도, 튀르키예는 앞으로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할 테고 그 돈을 만들어낼 방법은 오로지 더 많은 돈을 찍어내고 새로운 공사를 시작하고 다시 국가의 빚을 낼 방법 밖에 없을 거라는, 과연 지금의 튀르키예의 인플레이션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 방법을 풀 수 있는, 지혜로운 지도자가 우리나라에게도, 그리고 튀르키예에도 너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뿐이다.



  

 2년 전 이스탄불 에틸레르, 그동안은 우리 동네에선 볼 수 없었던 노숙자가 지금은 길거리에 있다. 그 어느 유럽보다 안전하다며, 가방을  두고 화장실을 가던 이곳에서, 전에 들리지 않던 소매치기 소식이 전해진다.자주 가던 커피집 아저씨는 내게 말했다. 지진이 일어나고 내게 친정아버지처럼 말씀하셨다.


 " 앞으론 조심히 다니고, 지갑 잘 챙기고."


 다른 유럽에 비해 안전하다고 자부했지만 튀르키예의 현재의 경제 상황은 지금 이스탄불에 사는 그 누군가에겐 극심한 고통일 것이다. 그 누군가의 빈곤은 점차 조금씩 다른 누군가의 삶에도 영향을 준다.


 'Sana söz.'너에게 약속해.

 'doğru insan, doğru zaman'

 올바른 사람, 올바른 시간(적임자를 적시에)


 튀르키예 약속을 실현시킬 지도자가 누가 되든, 그 약속이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만드기를, 그 어느 때보다 지혜가 필요한 시점인 이곳, 나는 이스탄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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