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재차 내게 자신의 빨간색 차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나는 그의 차를 보곤, 다소 호들갑을 떨면서 축하해 준다. 이렇게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마음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그의 차는 색깔도 곱고 그의 피부색과 밝은 미소에 너무 잘 어울렸다. 이스탄불에서의 운전을 그가 걱정하긴 했지만 나는 축하한다며 큰 응원을 해주었다. 아이들과 고생하는 부인을 데리고 나갈 다정한 아저씨인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나의 방글라데시 이웃이 남의 편 회사의 차를 구매했다. 한참을 한국차, 일본차, 독일차, 프랑스차 여러 가지 고민하는 그를 보았다. 나는 차량을 판매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가 차를 사준다고 나에게 또는 남편에게 단돈 십원이라도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나는 그에게 한국 자동차의 여러 기능을 열심히 설명했다. 그는 고민 끝에 세계 여러 나라 차량 중에 한국차를 골랐다. 나는 너무 기뻐서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렸더니, 그는 말한다.
" 다른 차랑 비교해 보니 한국 차가 제일 좋았겠지. 고생했어."
남의 편은 역시, 지나치게 담백하다. 솔직히 그렇다. 자동차가 슈퍼에 파는 몇 천 원까지 과자도 아니고, 내가 그에게 차를 열심히 보여줬다고 그가 나 때문에 한국 차를 샀겠는가.
아이를 국제학교에 보내고, 개발도상국인 튀르키예에 살다 보니 유엔 산하 기업에 근무하는 남편이나 아내를 둔 가정을 자주 만난다. 게다가 아들의 알레르기 때문에 시작된 국제학교 PTA활동으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주변의 외국인 가족 중의 세 가정은 모두 유엔산하 기업에서 일하는 남편이나 아내를 두었다.
유엔 국제 연합, 즉 전쟁방지와 평화 유지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 듣기만 해도 멋있다. 그런데 실상 어린애를 데리고 해외를 사는 게 그렇게 만만하지 않은 것처럼, 유엔에 남편 또는 아내가 근무해도 힘든 것은 매 한 가지다. 왜 힘든 지 설명하자면, 전쟁방지와 평화유지가 목적인 기구인 UN은 미국에 본부가 있다. 하지만 전쟁을 막거나 평화가 필요한 나라는 미국이 아니다. 바로 튀르키예와 같은 개발도상국인 것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국제 연합 근무자들은 개발도상국을 떠돌며 근무하고 있다.
외국에서 산다는 것이 누군가에겐 낭만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2년 또는 4년에 한 번씩 언어도 다른 곳에 영어도 안 통하는 국가에 도착해, 이삿짐을 싸고 풀고 다시 이사해서 아이들 학교를 정하고, 남편 또는 아내의 직장에 맞춰 이동하다 보면 세상 살이 별별 일을 다 만나게 된다.
학교에서 내가 별별 친구들을 다 만난 것처럼, 어른이 된다고 나이를 먹었다고 사람이 어른스럽게 모두 변하지 않으니, 이렇게 해외생활을 오래 한 가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오랜 해외 생활의 산전수전을 다 겪고 나서 인간관계에서 거의 신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 나타난다. 역시 어디를 가든 배울 사람이 꼭 있다. 논쟁의 상황에서도 차분하며 꼭 할 말만 한다. 가끔 이런저런 상처를 받고 새로운 사람을 아예 만나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고 또는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세상살이, 쉬운 게 없지만 그렇다고 그 삶의 어려움이 모두 쓸모없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그런지 그들은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누구보다 정말 열심히 멋지게 살고 있다.
우리 집과 다른 녹색 글자의 번호판, 유엔에 근무한다는 표시를 가진 그의 차이다. 차량 색이 너무 예쁘다는 나의 칭찬에 자신의 아내가 정했다며 내 취향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그의 차는 정말 그와 잘 어울린다.
아내가 밖에 나가 일하는 동안, 아이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아저씨. 녹색의 번호판의 글자를 가리키며 우리 부인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참으로 다정하고, 솔직히 귀여웠다. 아직 그의 삶을 모두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아내의 경력을 지지하고 그 옆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가장 따뜻한 남편이 아닐까 하고 그를 다시 응원한다. 나보고 이스탄불에서 운전을 어떻게 하지라고 계속 묻는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안전 운전"
그래도 드디어 고민하던 차를 뽑았으니 그래도 그가 신나고 안전하게 가족들과 운전하며 이 튀르키예를 제대로 여행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